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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지방(非地方) 선거였다. 대선이 끝나고 돌아서서 치른 선거라 그 연장전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지방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날지는 몰랐다. 한쪽에서는 민심의 향방이 아니라 윤심의 소재가 관전 포인트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선에 나갔던 후보의 흥행몰이가 제대로 먹히느냐가 전략의 핵심이었다. 지방선거 기간에 ‘지방자치’의 현실에 대해 어떤 고민도 들을 수 없었으며 지연되고 있는 ‘지방시대’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그림도 본 적이 없었다.

여의도 정치가 지방정치를 포획하여 풀뿌리민주주의가 왜곡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즈음 국회가 하나의 당이 과반을 차지해 독주한다고 불평하는 모양인데 영남과 호남의 지방정치 독점은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영남과 호남의 지방정치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하나의 정당이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서 가히 일당독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지배하여 생긴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심각한 결손 상태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중앙당의 필요에 따라,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라 공천 과정이 춤을 추고 그 결과 지역주민의 뜻이 제대로 대표되지 못한 사례들이 예외 없이 나타났다. 중앙권력의 지배가 지금처럼 지방에 내려 먹이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한 ‘지방’ 선거란 부질없는 장치다. 지방의원은 국회의원 가방이나 들어주며 충성맹세나 하고 지역구 관리나 대행해주는 존재라는 자조는 줄어들었으나 공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방주의적 영향력 행사는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다. 지방자치의 정치적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는 여전히 심각한 고민거리다. 지방재정 자립은 지방자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이를 개선하겠다고 웅변하고 있으나 매번 공염불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애를 쓴 결과 지방재정 관련 조세제도를 다듬어서 아주 적으나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군부 쿠데타로 사라졌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한 세대의 시간이 흘러갔으나 풀뿌리민주주의의 현실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하나의 소용돌이와 같은 중앙집권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권력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혁이 어려운 것은 소용돌이 정치의 구조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기득권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지 않고는 변화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 정부의 공을 계승하겠다고 했으니 새 정부에 이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는 첫 번째 정식 국무회의를 세종청사에서 열고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그리고 새 정부는 ‘지방시대’를 주요 국정과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은 고무적이다. 대통령 가까이 일하고 있는 김병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에게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그는 지방분권, 균형발전에 대해 남다른 이론과 경험,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주요 국정지표로 삼겠다면 가장 먼저 틀을 짜야 할 것이 있다. 세칭 ‘제2국무회의’다. 이것은 대통령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방과 관련한 국정과제를 논의하는 틀이다. 지금처럼 국무회의에 서울시장만 참여해서는 ‘지방’ 의제가 국정운영에 제대로 다루어질 수 없다고 하는 여론이 비등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도입을 공약으로 걸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후 그런 취지에서 ‘국가자치분권회의’를 개헌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당장 이를 실행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법률로 만들었다. 이것은 ‘제2국무회의’의 취지를 수행하는 기구로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요 행정기관장, 그리고 시·도지사 전원,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구의회장협의회장 등이 참여하게 되어 있다.

이 회의는 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첫 모임을 개최한 바 있다. 이 회의는 제2국무회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서둘러 이를 소집하고 이것이 명실상부한 ‘제2국무회의’가 되도록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 이 틀이 자리를 잡으면 지지부진했던 ‘지방시대’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협치의 과제이기도 하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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