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개념의 관광이란 말은 18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1838년 스탕달의 <여행자의 회상기(Memories d’un touriste)>란 작품을 통해 ‘관광객(tourist)’이란 단어가 일반화되었다. 1873년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쓸 무렵 관광은 삶의 여유를 즐기는 중산 계층의 필수 교양이자 미덕이 되었다. 기술 발달은 20세기의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고, 20세기는 본격적인 대중여행의 길을 열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5억3000여명이었던 전 세계 해외여행자 수가 2012년 10억명을 돌파하였고, 2017년엔 13억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총인구가 13억6000만명이란 사실을 상기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찾는 여행지가 지나치게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의 몇몇 지역에 편중된다는 것이다. 유명 관광지로 알려진 지역들은 해당 도시의 수용 능력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 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인한 사회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 필리핀의 유명관광지인 보라카이가 환경정화를 목적으로 6개월간 관광지 폐쇄를 결정한 것, 하와이가 노숙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거나 에메랄드빛 바다를 자랑하던 몰디브의 산호가 떼죽음하여 생명이 살 수 없는 좀비지대로 변모해가는 등 과잉관광은 심각한 생태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란 새로운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화되다(touristify)’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결합한 용어로 관광객의 과잉 증가로 인한 난개발, 교통 혼잡, 범죄율과 거주 비용 증가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해 원거주민이 누려야 할 삶의 질이 하락하고, 내몰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등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현대식 호텔과 레스토랑이 유입되면서 주민 생활을 위해 필수적인 세탁소, 정육점 등 기초 편의시설마저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관광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한때 지역 활성화의 좋은 본보기였던 통영 동피랑, 서울 북촌 한옥마을 등에서도 마을 원주민이 밀려나거나 관광객과의 마찰이 빚어지고, 이화동 벽화마을은 관광명소가 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 스스로 벽화를 지우기도 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심각한 곳이 제주다. 68만명의 도민이 살고 있는 제주엔 주민의 스무 배가 넘는 1500만명의 관광객이 한 해에 찾는다. 이는 제주보다 주민 인구는 두 배에 불과하지만, 면적은 15배가 넘는 하와이 관광객의 두 배다. 그런데도 제주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미명 아래 30년 이상 수령을 가진 삼나무 숲길인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강행하고,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 습지 부근에 골프장,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 인근엔 채석장이 성업 중이다. 그마저도 부족해 제2공항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뜨내기 관광객의 눈에는 한없이 아름답기만 한 제주가 68만 도민이 머물러 살기에 행복한 곳일까? 이것이 일부 토건세력과 외지 투자자들의 이득이 아닌 제주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행복지수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부탄 역시 국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관광에 의존하며, 관광 수입으로 무상교육·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관광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은 국민 삶의 질을 위협하고 생태환경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관광(觀光)이란 고작 서구의 ‘tourism’에 대응하기 위한 번역어로 사용되지만, 이 말은 <역경(易經)>의 “관국지광(觀國之光)”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래 의미는 ‘덕을 지닌 이가 다스리는 나라의 찬란한 문물을 이웃한 모든 사람이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원희룡 도지사는 관광이 뭔지 모르며,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도 모르는 것 같다. 그에게 묻고 싶다. “무시거가 겅 중허우꽈(무엇이 중요한데)?”

<전성원 |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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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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