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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머뭇거리지 마라
너의 무게는 어디에 내려놓아도 좋으리
아가 곁에 누워도 좋고
파지 한가득 싣고 가는 리어카 위도 좋고
고독한 방랑자의 발등이면 더 좋으리
생의 무게만큼 날아올라
암울함이 산란하는 낙도(落島) 어느 병상에
비처럼 뿌려지면
머뭇거리는 봄 햇살보다 더 좋으리니
너의 삶을 견인하는 바람이 오늘은
오래된 편지처럼 고독한
나의 창으로 불었으면 좋겠다
이채민(1958~)
고통에 빠진 지구에도 봄은 왔다. 꽃들이 왔다. 꽃은 머뭇거리지 마라. 꽃은 아가와 가난한 골목과 외로움과 멀고 먼 유랑(流浪) 위에 피어라. 꽃은 꽃잎으로 내려앉아라. 모든 생명들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면서. 아픈 이들의 병상에도 꽃잎은 내려앉아라. 사람들의 고독한 마음의 창(窓)을 향해 꽃잎은 휘날려 가라. 꽃은 이제 망설이지 마라.
시인은 시 ‘사과꽃 향기’에서 “우리는 못 견디게 꽃을 먹었다/ 꽃들이 먼저 웃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 하나가/ 또렷해졌다”라고 썼다. 꽃이 우리의 가슴속에도 피어나서 활짝 웃게 했으면 좋겠다. 꽃잎들이 우리들의 고단하고 부은 발등 위에도 한 잎 두 잎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가꿔놓은 향기 그리고 밝은 색채와 더불어.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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