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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詩想과 세상

[詩想과 세상]여행

경향 신문 2020. 9. 21. 14:20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정호승(1950~ )

4년 전 추석연휴 때 프랑스 남부지방을 여행했다. 아를에서 아비뇽, 카르카손, 엑상프로방스를 거쳐 마르세유까지 돌아봤다. 아름다운 풍광과 유적을 눈에 담고, 사람과 낭만을 마음에 담아왔다. 일상의 반복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오니 한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올해는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이 멈췄다. 낯선 곳으로 떠날 자유를 상실했다. 정호승 시인은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라 한다. 시인의 여행은 떠났다 돌아오지 않는 비움과 소멸의 방식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고결한 여행이다.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로 떠나 설산에 높이 떠 태양을 직시하는 히말라야 독수리들이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돌아오지” 말자 한다. 올가을에는 정신의 높이와 절대고독, 자유를 위한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자.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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