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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아 하셨다.

네 하였다.

보리다 하셨다.

네 하였다.

고양이다 하셨다.

네 하였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겪은 것들을 좀 생각해라.


시간 나면 여 와서

며칠 있다 가거라.

아무 생각 안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


즐거운 일을 네가 다 한다.

숨 쉬어가면서.

뭐 드러 급하게 하냐.

한 박자 늦춰가면서.


봄이니까.

꽃피잖아.

바람도 불고.

새도 울어.


김민정(1976~)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곡두’의 뜻은 환영(幻影)과 같다. 실제로는 없는 사람이나 물건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다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곡두인생’이라는 말도 있으니 영속되지 않는 허망한 삶을 그렇게 일렀다. 모든 작위(作爲)가 있는 것은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이슬과도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곡두이므로, 그런 연유로 우리의 사랑은 보다 깊어지고, 애틋해지고, 한 시절에 겪은 일은 언어로 기록된다. 

시인은 과거의 어느 날에 김용택 시인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이 시에 쓰고 있다. 들은 말씀들 가운데 하나는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일 테다. 보리는 보리라고 보아 바로 알고, 고양이는 고양이의 그 모양 그것과 똑같이 보아 바로 알라는 가르침일 테다. 봄이 되어 꽃피고, 바람이 일고, 새가 반짝이며 우는 것도 극히 자연스러운 사실의 일일 테다.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알면 평안을 잃지 않는다는 말씀일 테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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