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일요일 밤에 방송하는 <복면가왕>은 연예인에게 컴백 무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인기가 많아 출연 시 주목도가 높은 건 물론이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온 관심이 쏠릴 때 가장 드라마틱하게 모습을 공개하는 포맷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복귀하는 양상은 다양하다. 스스로 떠났다가 돌아온 사람도 있고 인기가 시들어 사라졌다가 어렵게 돌아온 사람도 있다. 한편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떠돌다가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도 <복면가왕> 출연은 가장 원하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지금 모습에 집중하게 만든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것이 가면 속에 감춰지는데 도박, 폭행, 음주운전 등 그들이 저지른 잘못 역시 일종의 선입견으로 간주된다.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시청자들을 일단 매료시킨다면 연착륙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가 뿌린 지상 최고의 향수처럼 마법이 시작되면 뜻밖의 결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복귀 방송에 앞서 ‘요란’을 떨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복귀 기사는 화제성 부양에 필요하지만 히스토리를 되짚는 과정도 동반한다. 출연도 하기 전 부정적인 요소가 다시 도마에 오르면 복귀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복면가왕>은 출연을 비밀보장하기 때문에 앞서 치러야 하는 절차가 자연스럽게 생략된다. 반면 그런 절차의 부재에서 오는 손해를 만회하고 남을 만큼 방송은 극적으로 진행된다. 방송 후에도 가면 속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누구’인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도 장점이다. <복면가왕>이 복귀 무대로 주목받는 건 그만큼 돌아오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바비킴이 이달 초 <복면가왕>을 통해 돌아왔다. 기내 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4년6개월이 흐른 뒤 찾아왔다. 다른 연예인의 복귀 기간과 비교해도 길었던 건 연예인 중년 남성이 일반인 젊은 여성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맥락과 더불어 당시 ‘땅콩회항’ 직후 터지며 갑질 패키지로 묶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긴 유배를 거친 만큼 시청자들의 마음도 많이 녹은 듯하다. 그의 노래가 꽤 그리웠던 모양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따뜻하게 그를 안아주었다. 그럼에도 차가운 시선이 여전한 것을 보며 좀 놀랐다. 가면을 벗고 인사하며 울컥 눈물을 쏟으려는 바비킴을 떠올리니 용서란 게 무엇인가 곱씹게 된다. 

애당초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화면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시청자도 여전히 많다. ‘미성년도 보는 TV에 굳이 그런 사람들을 나오게 할 필요 있을까’ 싶은 게 엄격한 기준을 대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형벌을 이렇게 쉽게 주장할 대상이 연예인 말고 또 있나 싶다. 방송출연도 직업의 세계라면 영구 퇴출은 그만큼 높은 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자숙기간은 죄질과 더불어 인기, 평소 보여주었던 인성, 안티 팬의 규모, 대체 가능성, 복귀 플랫폼 등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정해진다. 명시적으로 확인할 룰도 없어 연예인 입장에선 자숙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좀 안 보였는데 다시 나온 것을 보고 ‘벌써 몇 년이나 지났구나. 세월 참 빠르네…’라고 말하기에 당사자는 매일의 생계를 견디며 일 년을 하루같이 기다려야 한다. 한편으로 어느 연예인이 음주운전처럼 큰 죄를 짓고도 슬쩍 복귀를 해버리면 속수무책 TV에서 봐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도 현실이다. 기준이 자의적일수록 여론은 쉽게 누군가를 가혹하게 대하고 또 누군가를 쉽게 용서한다. 규칙이 명확한 경우가 하나 있는데 군 입대 문제다. 어길 경우 가장 가혹한 징벌이 기다리고 있지만 갔다 오면 과거를 묻지 않는다.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이한 경우이다.

우리 사회는 용서받는 공식이 명확하게 제시되는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워낙 죗값을 치르지 않는 자들이 많으니 제대로 용서해주고 또 용서받는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 그래서 법적 처벌 이외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경계심이 있고 또 인색하기도 하다. 그 정서적인 맥락 속에 연대 의식 없고 소수인 연예인이 유독 호되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가장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라는데 이 정도는 좀 걱정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김신완 | MBC PD·<아빠가 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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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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