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중심부 아웃백에서 나와 또 다른 인적 드문 오지, 이름조차 오지라는 힌터랜드(Hinter Land)에 당도했다. 이곳 글래스 하우스 마운틴스 국립공원엔 산봉우리 밑으로 원주민 ‘거비거비’ 부족이 모여 살았다. 퀸즐랜드 선샤인 코스트엔 11개의 우뚝한 봉우리가 특별하다. 평야에 화산활동으로 솟은 기괴한 바위 산들. 늪에는 악어, 숲에는 코알라와 캥거루가 산다.

길에서 원주민 아저씨를 한 분 만났는데 기다란 통나무 악기 디저리두를 들고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들려주었다. 디저리두는 유칼립투스 나무로 만든다. 흰개미들이 속을 파먹은 나무를 구해 검불을 모아 불을 내고 구멍을 더 뚫은 뒤 사람 키보다 조금 작게 자른다. 혀와 입을 움직여 온갖 동물들 울음소리와 강물소리, 바람소리를 닮은 소리를 낸다.

쿠노린 산에서 의식을 치른 뒤 원주민들은 멀리 울루루까지 금성 샛별을 보며 장장 6개월 맨발로 걸어 순례를 했다. 순례자 그룹의 리더였던 빌린빌린의 손자 디자이를 우연찮게 만났다. 빌리빌리 동네에 살았던 빌린빌린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말라차!’, 헤어질 땐 ‘나니 니즌’. 나니(보다), 니즌(새롭게), 그래서 ‘새롭게 봅시다’라는 뜻. 새롭게 보면 쉬이 늙고, 병들어 죽고,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게다.

디저리두 소리처럼 대지에 가득했다가 다시 새롭게 사람의 숨으로 들어와 입구멍에서 노래가 되는 신비. 나이 들지 않는 이들을 그럽(Grup)족이라 부른다. 연속극 <스타트랙>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만 사는 별에 착륙하게 되는데, Grown up의 줄임말로 그 부족을 ‘그럽’이라 한 데서 유래. 그럽족은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즐긴다. 그리고 햇볕과 여행을 사랑한다. 이곳 원주민 거비거비는 햇볕에 타서 다른 어떤 원주민보다 검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원주민들은 “당신은 옥수수를 자라게 하는 햇볕 같아요. 나와 같이 옥수수를 자라게 합시다.” 이렇게 긴 말로 프러포즈를 한다. 이곳 거비거비는 “나랑 같이 낮엔 캥거루처럼 걷고, 밤엔 코알라처럼 잠을 잡시다”라는 말로 프러포즈를 한단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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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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