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코드 도입을 위한 제11차 개정안에 게임을 장애로 규정하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 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은 새로운 질병 코드로 등재된다. 현재 안대로라면, 한국은 2022년부터 게임을 질병 코드로 분류하고, 게임과몰입을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여 치료에 필요한 보건정책이 등장할 것이다. 게임과몰입은 이제 질병으로 낙인찍힐 것이며,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정신의학과 보건의료의 치료 대상이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추진 안을 보면서 2013년에 논란이 되었던 소위 게임중독법 제정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대한중독정신의학회 출신 신의진 의원의 발의로 촉발된 게임중독법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등과 함께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 국가가 중독관리센터를 설립하여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제시한 게임중독자 수에 대한 잘못된 통계나, 과도한 게임규제 방안도 큰 문제였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 산업적 잠재력, 일상적 놀이의 의미들은 이 정의 하나로 모두 소멸되고 말았다. 만일 이 법이 제정되었다면, 게임을 만드는 기업인들은 마약제조업자와 동급으로 취급받고, 게이머들은 도박 중독자처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게임중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의 이러한 계획은 불행하게도 게임중독법의 망령을 다시 소환시켰다. 등재 즉시 보건복지부는 후속 이행 조치를 추진할 것이다. 게임과몰입은 질병 코드로 분류되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정신의학과의 공식 치료 대상이 될 것이고, 게임은 보건산업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당시 게임중독법이 중독의학회의 숙원사업이라는 자기고백대로, 국제기구의 이행 조치는 사실상 게임중독법이나 다를 바 없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게임과몰입은 과연 질병일까? 아니 정신 질환으로 코드화할 만큼 그렇게 위험한 대상일까? 물론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생활이 일시적으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간혹 폭력성과 사행성이 강한 게임이 일견 반사회적 범죄행위들의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게임을 중독물질로, 게임과몰입을 정신 질병으로 정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렇게 따지면, 국민을 화병 나게 만드는 국회, 청소년들을 극도로 우울하게 만드는 대학입시도 질병 코드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게임이 뇌를 손상시킨다거나, 반복충동을 자극하는 도파민 분비의 원흉으로 운운하는 것은 게임을 애초부터 사악한 물질로 단죄하려는 악의적 의도다. 뇌과학자 다프네 바빌리에는 게임이 오히려 뇌의 원활한 사고와 감각 작용을 도와주는 훌륭한 매체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비디오게임을 자주하면 주의력 결핍 장애를 일으킨다는 통념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게임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일상의 주의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말한다.

이번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 코드 추진이 과연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장기적인 임상결과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다. 게임의 놀이는 정신의학의 임상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에 기초한다. 게임의 놀이적 속성과 즐거움을 유발하는 반복은 즐거움이 배제된 화학적 과정과는 다른 감각의 차이를 생산한다. 게임의 놀이는 즐거움 없이는 반복할 수 없다. 일반인들이 한심하게 볼 수 있는 게이머들의 맹목적인 행위들은 사실 놀이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한다. 게임의 시간소비와 반복충동은 기본적으로 즐거움과 보상체계라는 원리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질병이 아니라 놀이이고, 동일한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행위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을 정신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게임의 문화적 가치의 의미를 이번 기회에 성찰했으면 한다. 오히려 게임이 각종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는 가장 중요한 놀이라는 점을 눈 여겨보았으면 한다.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 문화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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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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