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님도 비리 사립유치원 개혁운동에 함께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의 요지는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계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도록 대통령이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청원자는 지난 3월 유치원 집단 개학연기 사태 당시 활동했던 경기도 지역 학부모단체와 정의당 경기도당이다.

사립유치원의 설립 인가 및 폐원, 감사 및 처분 등에 관한 권한은 대부분 교육감에게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했어야 할 청원이 청와대까지 온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청원자들은 “경기도교육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학연기 사태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완패’로 끝나긴 했지만 사립유치원 문제는 사실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장 필요했던 ‘유치원 3법’ 개정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유치원에 대한 에듀파인 도입은 법률 소송에 휘말렸다. 그나마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각종 비리를 밝혀낸 게 유일한 성과로 꼽히지만, 유치원 문제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이 감사마저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사립유치원의 절반에 달하는 1800여개의 유치원이 있고,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대형 사립유치원이 많은 경기도에서 말이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경기교육청의 최근 감사는 비위를 적발하기 위함인지, ‘전수 감사 달성’이라는 전시 행정을 위함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감사 대상 기간을 ‘직전 5년’에서 ‘직전 3년’으로 줄여 비위가 극심했던 2014~2015년 회계장부에 대해선 면죄부를 줬다. “감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감사 대상이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본청에서 하던 감사 업무 일부를 산하 교육지원청에 넘겨줬다. 

감사 대상임을 통보받은 유치원들이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폐원 신청을 내는데도 “요건을 갖추었으니 안 받아줄 수 없다”며 족족 폐원을 받아줬다. 올해 폐원을 허가해준 52개 유치원 중 48개가 감사 대상 유치원이었다.

학부모단체와 정의당은 이 같은 감사 축소 의혹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기교육청의 답변은 매번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는 식이었다. 보다 못한 한 시민감사관은 “감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언론에 폭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청은 “진상을 밝히겠다”면서도 진상규명에 앞서 해당 시민감사관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직위해제부터 했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에 제보한 게 아닌 이상 ‘공익제보자’ 취급도 못 받는 탓에 이 시민감사관은 보호받기는커녕 억울함을 호소할 곳조차 찾기 어려운 처지다.

교육청의 업무를 감시하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경기도의회의 경우 감시는커녕 사립유치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올해 교육위원회 회의록만 뒤져봐도 도의원들이 유치원을 어떤 방식으로 옹호해왔는지는 쉽게 확인된다. 이 문제 역시 학부모단체 등이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등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이 여태껏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결국 학부모단체가 찾은 곳이 국민청원이다.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기지 못하면 다른 수많은 청원처럼 잊힐 거 같아 이참에 이들을 대신해 물어보려 한다. 

경기도교육청, 그리고 경기도의회에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송진식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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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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