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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희 | 작가


올림픽의 정신과 이념을 엿볼 수 있는 ‘올림픽헌장’의 1장 6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올림픽은 국가의 위신, 체제의 우월성, 그리고 국민들의 대리만족을 위한 ‘전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금메달만 따면 하루아침에 ‘국민오빠’ ‘국민여동생’으로 등극을 하며 TV, CF에 등장해 부와 명예를 거머쥐고, 병역면제라는 보너스까지 따라붙다 보니 선수들은 죽기살기로 ‘1등 쟁탈전’에 내몰린다. 반면에 몇 년 동안 묵묵히 땀을 흘리며 연습을 해온 선수, 경기에 최선을 다한 선수라도 메달을 못 따면 그야말로 ‘찬밥’이 된다.

 

올림픽선수단 격전지로 출발 ㅣ 출처:경향DB

런던 올림픽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 한번 애국심을 부채질하며, 경기보다는 ‘메달의 색깔’에 주목하며, 선수 개인의 영광을 ‘국가’와 ‘국민’의 영광처럼 여기며 뿌듯해할 것이다. 여기에는 역대 정권뿐만 아니라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언론들은 오랜동안 국민들을 국가대표의 승패와 국가 랭킹에 울고 웃는 ‘애국자’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가 오로지 스포츠에 ‘올인’을 하다 보니 올림픽이나 월드컵 직전까지 시끄러웠던 사회, 외교, 정치 문제는 불과 2~3주 사이에 국민의 뇌리 속에서 완전히 잊혀진다. 이는 여야 구분 없이 약점이나 치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망각의 마법’으로 작용한다.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좋은 기회도 드물다. 더군다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대선주자들 중에는 스포츠 스타들을 서로 데려가 친분을 과시하며 선거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야말로 언론은 침착하고 냉정한 보도를 통해 국가, 인종, 랭킹을 넘어선 진정한 스포츠 축제로서의 올림픽을 조명하는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흥분과 열기의 축제도 좋지만, 그 와중에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조용한 여름, 조용한 올림픽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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