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규 | 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운전대 잡으면 적자인생·신용불량자요, 더러워서 운전대 놓으면 실업자에 노숙인생.” 요즘 화물트럭·덤프트럭을 모는 운송노동자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얘기다. 지난 5년간 기름값은 60%나 폭등했는데, 임금에 해당하는 운송비는 제자리걸음이라 화물운송·건설운송 기사들의 삶은 결딴나고 있다. 신문에는 연일 스페인·그리스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데 주유소 기름값은 요지부동이다. 운송노동자들 삶이 결딴난 것과는 정반대로 4대 정유사는 수조원대 이윤을 올리며 돈벼락을 맞았다.


이게 어디 화물·건설 운송노동자만의 문제인가? 요즘처럼 노동자·서민들이 먹고살기 팍팍한 시절은 없었다. 법정 최저임금(시급 4580원)을 받거나 그것조차 못 받는 노동자가 500만명에 이른다. 건설 현장과 조선소 곳곳에서 폐업이 벌어지고 하청업체가 부도나서 못 받는 체불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사장들은 근속 1년이 되기 전에 자르거나 업체 이름만 살짝 바꿔서 피 같은 퇴직금을 떼어먹는다. 요즘은 아예 일감 없으면 나오지 말라며 임금도 안 주는 무급휴가(속칭 ‘데마치’)가 판을 친다.


(경향신문DB)

주 40시간제라는 미명 아래 유급이던 토요일 임금을 강탈당한 노동자가 수백만명이다. 틈만 나면 야근에 휴일까지 나와서 일하는데 시간외수당도 못 받는 공짜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도 부지기수다. 한때 장시간 노동을 근절하고 노동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만들자던 고용노동부도, 재벌들과 경제부처의 십자포화를 맞아 꼬리를 내린 상태이다.


지금이야말로 ‘민생 살리기 국토대장정’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총선 때 열심히 표를 구걸하던 정당들은 대권·당권 다툼에 여념이 없다. 한국의 1000대 기업 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3억7670만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3.8% 올랐다고 한다. 지난 4년간 법정 최저임금은 고작 평균 5%가 올랐는데 말이다. 먹고사는 것 자체가 팍팍한 노동자들 속에선 열불이 난다.


참다못한 운송노동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가 이달 말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노동기본권 보장 △기름값 인하 △운송료 인상, 다시 말해 먹고살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기름값’을 ‘물가’로, ‘운송료’를 ‘임금’으로 바꾸면 이들의 주장은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인 셈이다. 이런 게 바로 ‘민생(民生)’ 아닌가!


“우리더러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이랍니다. 시키는 대로 일하는 신용불량 사장도 있나요?” 화물·건설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이라는 굴레까지 짊어지고 있다. 먹고사는 것은 물론 노동조합 활동도 못하게 해놓은 것이다. 물량과 일감이 줄어들어도 그 손실을 고스란히 물어야 하고, 기름값·도로비가 올라도 운송노동자에게 책임을 지운다. “운전대 잡으면 적자인생”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일을 해도 빚만 늘어나는 생활,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들고 죽어가는데, 노동자가 아니라며 산업재해 인정도 안 해준다. 게다가 요즘 건설현장은 수천억원대 체불임금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나몰라라 하고 도망갔으니 당연히 체불임금은 원청이 책임져야죠. 그런데 자기들은 책임 없다며 발뺌하니 어쩝니까. 죽어라 일했는데 돈도 못 받는다면, 원청이 해결할 때까지 운전대 놓을 수밖에!”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통합진보당도 놓아버린 민생 살리기 최전선에,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마저 봉쇄당한 화물·건설 노동자들이 섰다. “먹고살 임금과 노동3권을 모든 노동자에게!” 이달 말, 서울광장과 전국의 건설현장 및 부두에서, 운송노동자들이 먼저 길을 연다. 먹고살기 팍팍한 모든 노동자들, 운전대를 놓은 이들을 따라 희망의 길을 함께 열어보자.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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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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