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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노조 실험’ 결과다. 남부 앨라배마주 베서머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직원들은 지난달 말 노조를 설립할 것인가에 대한 찬반투표를 끝내고 이달 중순쯤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 1994년 창업 후 27년 동안 이어져온 미국 내 아마존의 무노조 경영은 끝난다. 미국 내 800여 아마존 사업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 노조운동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조명받는 이유다.

아마존의 노조 실험은 사측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 위기는 아마존에 축복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급증했다.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는 세계 최고 부자 입지를 더욱 굳혔다. 하지만 치부도 드러냈다. 노조 설립의 도화선이 된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지난달 17일 열린 상원 청문회는 그 실태 폭로장이나 다름없었다. 주인공은 베서머 물류센터 직원 제니퍼 베이츠였다. 화상으로 출석한 그는 7분여 동안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한다고 자랑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지는 말하지 않는다”며 실상을 폭로했다. 물류센터 직원들은 10시간 교대근무 동안 30분씩 두 번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물류센터가 축구장 10개 크기라 화장실에 갔다 오면 휴식시간이 끝나버린다, 엘리베이터는 상품용이라 직원들은 이용할 수 없다, 끊임없이 감시를 당한다, 작업속도를 못 맞추면 질책받거나 해고될 수 있다….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지탄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엔 무신경한 코로나19 대처로 도마에 올랐다. 첫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방역 요구를 묵살했다. 심지어 작업중단 시위를 주도한 직원을 해고해버렸다. 직원들을 감염 위험에 내몬 대가로 주던 위험수당 2달러마저 지급을 중단했다.

속도와 효율성. 아마존이 중시하는 경영방침이다. 베이츠는 청문회에서 “매일 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직원들은 한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화장실에 갈 틈조차 없어 페트병에 소변을 볼 정도다. 회사는 미 평균보다 두 배 더 많은 최저임금과 의료보험 등 각종 보상책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적절한 보상, 더 많은 휴식시간, 존엄한 대접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피와 땀으로 일군 수익을 더 많이 돌려달라는 것이다.

아마존의 노조 설립 시도는 7년 전에도 있었다. 델라웨어주 물류센터에서 노조 결성을 놓고 찬반투표를 했으나 큰 표차로 좌절됐다. 이번에도 쉽지는 않다. 비록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의 지지로 고무받은 건 사실이다. 직원의 85%가 흑인인 점, 베서머 인근 지역이 과거 노동운동과 민권운동의 중심지라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하지만 앨라배마주의 노동권법(RWL)은 노조에 불리하다. 단적으로 노조 가입이나 노조비 납부를 조건으로 채용하는 건 불법이다. 사측의 노조 반대 공작 또한 만만찮다. 물류센터 복도와 화장실마다 반노조 포스터가 부착됐다. 직원들은 심할 땐 4~5번씩 매일 반노조 문자를 받았다. 노조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소문도 퍼뜨렸다. 호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마존은 지난해 코로나19 위기에도 50만명 이상을 고용했다. 물론 이직률도 높았다. 하지만 대량실직자들에겐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최근 국내에서 MZ세대 중심의 사무직노조 설립 운동이 한창이다. 성과급이나 격려금 같은 보상체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아마존과 같다. 다른 점은 한국의 경우 ‘공정’에 방점이 있다. 반면 아마존의 경우는 불평등에 관한 문제이긴 해도 노동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린 코로나19 상황은 지금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자동화와 무인화, 플랫폼화 등으로 고용관계는 취약해질 것이다. 그동안의 노동법적 규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득 불평등은 심화하고, 그에 따른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최우선 과제로 부각될 게 뻔하다. 고용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마존의 노조 결성은 미래의 노동시장과 노동을 새롭게 정의할 모멘텀이 될지도 모른다. 비단 아마존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맞닥뜨릴 과제다. 아마존의 노조 실험은 우리에게 노동의 미래에 대해 묻고 있다. 머지않아 다가올 노동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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