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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으로 낙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재정 형편은 현실적인 이유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는 제자리걸음이어서 내년에도 적자살림이다. 허리끈을 조이자는 설명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군비에 뭉텅이로 돈을 쏟아붓는 걸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달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5년간 방위력 개선에 100조원을 포함해 301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도 천문학적이지만, 경(輕)항공모함과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 장사정 포탄 요격용 아이언돔 등 타당성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무기 도입에까지 돈을 쓰겠다는 데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항공모함은 원거리 전쟁 때 군용기의 해상 출격기지 노릇을 한다. 미국이 항모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은 태평양·대서양 너머 유라시아에서 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한국은 원거리 전쟁을 할 일이 없는 데다 영해 면적도 작다. 한반도의 좁고 길쭉한 지형 자체가 ‘불침항모(不沈航母)’다. 갑판 격인 내륙 기지에서 전투기가 출격하면 된다. F-35A의 경우 작전 반경이 1100㎞로 북한뿐 아니라 일본, 중국까지 커버할 수 있다. 일본도 경항모 도입을 추진하니 우리도 하자는 논리는 호소력은 있을지 몰라도 설득력은 약하다. 일본은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도쿄 남쪽 1700㎞에 있는 오키노도리시마를 포함한 태평양에 걸쳐 영해가 꽤나 넓다.

경항모 건조와 함재기 구입에만 1척당 5조원이 들지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적의 유도탄 공격에서 항모를 보호하는 이지스함을 비롯해 구축함, 잠수함 등을 갖춰야 한다. 1개 전단을 구성하는 데 적어도 12조원, 운영유지비를 포함하면 30조~40조원에 달할 거라는 추정이 나온다. 3면이 바다이니 1척만으로 끝날지도 의문이다. 군은 경항모 도입에 대해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과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라고 했다. ‘초국가·비군사적 위협’이라는 설명도 모호하지만, ‘해상교통로 보호’라면 남중국해 같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한국도 발을 들이겠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보수야당조차 ‘과도한 안보수요’(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8월25일 국방위 질의)라고 할 정도다.

북한의 장사정 포탄을 유도탄으로 방어하겠다는 아이언돔 구상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비정규전 부대의 산발적인 로켓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개발된 무기체계인데, 수백기에 달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서 ‘강철비’처럼 쏟아지는 포탄을 어떤 ‘한국형 신기술’로 막아낼지 의문이다. 더구나 주택 공급을 위해 태릉골프장을 헐어야 할 처지인데 사격통제센터와 탐지레이더, 유도탄 발사대, 통신소 등이 한꺼번에 들어갈 포대 부지를 서울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 음속보다 5배나 빠르다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북한 위협 대비용이라면 과잉투자고, 그렇지 않다면 주변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뿐이다. 이런 과잉투자라도 해서 전시작전통제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차질이 생기면서 전작권 반환 과제는 차기 정부로 사실상 넘어간 상태다.

과도한 군비증강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북한 비핵화를 저해할 수 있다. 신형 무기체계 도입으로 한국은 의도치 않게 미국의 ‘불침항모’ 노릇을 할 공산도 커진다. 반중전선에 발을 들이게 되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온 외교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가 왜 군비증강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지 요령부득이다.

전쟁 위협을 줄이고 북한과 ‘단계적 군축’을 하겠다던 정부의 초심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여의치 않자 ‘5대 군사강국’ 업적쌓기로 방향을 바꾼 것인가. 진보정부가 ‘안보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 군비증강에 열심이고, 보수야당도 크게 제동을 걸지 않아 군비가 부풀어 오르는 폐단이 이번 정부에서 두드러진다.

선별지원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토록 재정 형편을 우려하는 정부가 군비증강에 한없이 관대한 이 상황이 과연 정상인지는  의문이다. 두뇌(전작권) 없이 덩치만 키워봐야 헛일인데도 대중의 열광에 기대 ‘자주국방’ 신화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열광의 뒤안길에서 스러져가는 민생은 어찌할 건가.

<서의동 논설위원 phil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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