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곤히 잠든

엄마 등을 적실 때

그냥 엄마하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부르지는 못하고

그냥 곁에 누워본다

곁에 가만히 누워 곁에

혼자 자고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다

너에게도 엄마가 있었구나

또 자리를 옮겨

그 곁에 누워본다

문동만(1969~)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밝고 고운 달빛이 내리고 있다. 고단해서 깊게 잠든 엄마의 등 위로 달빛이 내리고 있다. 엄마의 몸에 흰 달빛이 흥건하다. 엄마하고 부르려다 엄마 곁에 나란히 누워본다. 말없이 그냥 그렇게 해본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엄마가 좋은 것처럼. 엄마 곁에 누운 마음이 뿌듯했을 것이다.

그리고 곁에 혼자 잠든 강아지에게 눈길을 준다. 강아지에게도 엄마가 있을 테지. 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강아지 곁으로 가 강아지 옆에 가지런히 누워본다. 강아지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문동만 시인은 시 ‘어떤 언약에 부쳐’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사람은/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은/ 사람으로서 살게/ 합니다” 서로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사람을 살게 한다. 사랑은 우리의 음식이요, 옷이요, 집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할 때가 있지만 어쩐지 마음이 흐뭇흐뭇하고, 또 조용한 때에 공연히 미소가 흐른다면 분명 지금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는 것이리라.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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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