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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고영의 문헌 속 ‘밥상’]방어

경향 신문 2020. 1. 31. 10:26

초대형 고등어인가도 싶고, 앙증맞은 다랑어인가도 싶은 바닷물고기 방어의 계절이다. 방어는 일찍이 기록된 수산자원이다. <세종실록> 19년(1437) 기사는 함경도와 강원도의 요긴한 수산자원으로 대구·연어·방어를 손꼽았다. 1670년경 쓰인 <음식디미방>은 청어 백 마리에 소금 두 되를 뿌리고 땅에 묻어 삭히는 청어젓갈을 기록하면서 똑같이 담그는 방어젓갈을 부기했다. 조선의 박물학자 서유구(1764~1845)가 쓴 어류학서 <난호어목지>에도 ‘방어’ 항목이 있다. 방어를 동해 특산으로 보되, 함경도에서부터 오늘날의 경상도 연안까지를 주산지로 꼽았다. 같은 책의 ‘멸치’ 항목도 재밌다. 이에 따르면 동해의 멸치가 방어에 쫓겨 엄청난 규모로 해안으로 몰려올 때엔 그 형세가 바람 불고 물결 이는 것과 같다. 어부는 이런 현상을 보고 방어가 온 줄 안다. 큰 그물로 에워싸 잡으면 온 그물이 다 멸치로 차는데 거기서 방어는 골라내고, 멸치는 삼태그물로 건진다. 실제로 방어의 중요한 먹이는 전갱이, 정어리, 고등어, 멸치 등이다. 이런 등속을 잡아먹으며 살지다 겨울에 기름기가 절정에 달한다. 회를 뜨면 깔끔한 등살에서부터 기름진 배꼽살까지 그 맛과 질감이 다양하다. 뱃살·목살(가마살)·담기골살(지느러미의 줄기를 받치는 부위)·꼬리살 등 칼 쓰기에 따라 다양한 부위가 나온다.

온마리도 화려하고, 해체해 놓아도 화려하다. 덕분에 방어면 덮어놓고 좋아들 하지만, 굳이 쓴소리를 보탠다. ‘방어가’ 맛난 게 아니라 ‘제대로 손질해 갈무리한 방어만’ 맛나다. <난호어목지>는 이렇게 경고했다. “어린아이들이 너무 많이 먹으면 중독(醉)된다.” 피를 제대로 빼지 못한 경우, 방치해 산패에 들어간 경우 향미는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면역력 약한 사람은 탈까지 날 테다. 방어회 한 접시에서 심상찮은 향을 감지했다면? 화를 내며 물려도 좋다. 회만 찾는 세태도 속상하다. 방어의 간은 대구간, 아귀간 못잖은 식료이다. 간을 필두로, 위와 창자 등을 넣어 끓인 탕은 이보다 더한 상쾌함과 시원함이 없는 별미이다. 구이는 또 어떤가. 손바닥만 하게 뜬 방어포 한 켜, 그 위에 소금 한 줌 뿌리면서 항아리를 꽉 채워 찬 데서 맛을 들여가며 겨우내 먹기도 했다. 막 소금 지른 포를 구우면 소금이 증폭한 기름진 생선의 싱싱한 향미가 입안을 간질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방어의 기름기와 소금기는 서로 엉긴다. 맛은 더욱 깊어진다. 항아리 바닥에 가까워질수록 생선 기름맛은 따로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 꾸덕꾸덕해진 포는 처음보다 쫀득하고 차진 살을 씹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그러고 보니 초량 왜관에서 근무한 일본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1668~1755)는 <교린수지>에서 조선 방어의 풍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방어를 절여라.”

<고영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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