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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고통 줄이는 방역 없나요

경향 신문 2021. 10. 18. 09:46

코로나19와의 정전협정 체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화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순 없지만, 인간사회와 코로나19가 공존하기로 합의할 모양이다. 처음 겪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중앙정부·지방정부·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코로나19의 안정적인 억제가 가능했다. 또 자영업자·배달라이더·택배기사 외에도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수많은 희생으로 공동체의 안전이 지켜졌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사회의 아픈 곳은 더 아프게, 취약한 곳은 더 취약하게 만들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국민의 일상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상세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일상회복위원회가 추가했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고통의 기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과정과 각종 사회문제의 단계 단계에서 겪었을 국민의 고통을 기록하는 일이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고통이 있었고, 어떤 도움이 필요했는지를 계층·시간·공간별로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과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은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데, 고통의 기억을 기록하는 일은 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의 핵심 역량인 시민의 연대와 협력이 방역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보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방역은 중요하다.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 사람을 조금 더 배려하는 방역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가 두 달 전인 지난 8월에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휴대폰조사를 했다. 첫 번째 질문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고 선제방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응답(73%)이, ‘확진자 발생 시 소독 및 방역체계를 가동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최우선인 방법’이라는 응답(2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제는 예측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가 축적됐을 것이다. 발생 예측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 방역의 원래 의미가 전염병 발생을 미리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 ‘코로나19에 대한 직접적인 방역이 아니더라도, 위생적 심리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찾아가는 방역 활동’에 대한 공감 정도를 물었다. 공감한다는 응답(76%)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24%)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필자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나, 확진과 비확진을 0과 1로만 나누어 방역을 계획하는 일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개인과 동네의 면역력을 개별적으로 높이기 위한 방역이 필요하다. 마지막 질문, ‘본인이 확진자가 되었다면, 가장 걱정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물었다. ‘함께 사는 가족’ 79%, ‘같은 동선상에 있었던 사람’ 14%, ‘함께 살지 않는 가족’ 4%, ‘친구나 지인’ 3% 순이었다. 정부가 주로 신경 썼던 부분이 동선상의 인물이었다면, 확진자의 걱정은 가족에 있었다. 전염병과 싸워 이기는 일과 사람을 지키는 일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 점을 일상회복위원회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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