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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공감]위인이 되는 뜻밖의 조건

경향 신문 2020. 11. 25. 11:29

방송인 사유리의 비혼 출산에 반응들이 다양하다. 사회가 발전해서인지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도 많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전통적인 가정상을 모범 답안으로 두고 결핍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한 인간이 가장 이상적인 인격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환경이란 어떤 것일까. 지적, 정서적, 물질적인 환경 중 무엇 하나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줄 능력 있는 이성애자 양친이면 충분할까. 부모의 직접적 재력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속설처럼 엄마의 적극성과 아빠의 무관심에 조부모의 은근한 재력이 효과적일까. 양친의 지식과 교양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최고 학력의 부모를 둔 자녀들이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심리 상담실에 그득한 걸 보면, 역시 실패와 좌절의 고통을 좀 아는 보통의 중산층 부모가 나을까.

수년 전 클린턴의 핵심 참모 중 하나였던 마크 펜과 CIA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의 고정 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폈다. “잃을 것 없는 가난한 독신자가 테러를 저지른다는 통념은 틀렸다. 전 세계 주요 테러리스트 400명 중 4분의 3이 상류층 혹은 중산층이었고 90%는 단란한 정상 가정 출신이며, 대학 진학률이 매우 낮은 나라임에도 3분의 2가량이 대학 졸업자였다. 팔레스타인 자살특공대나 헤즈볼라 민병대원들의 빈곤율과 학력 역시 평균을 훨씬 웃돈다.”

테러만이 아니다. 생계형이나 폭력형 범죄가 아닌 사회적 범죄의 상당 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탐욕으로 인한 소행인 경우가 많다. 부정, 축재, 갑질 범죄나 과도한 정치 혐오 선동, 이를 위한 가짜뉴스 같은 것들은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과잉평가와 오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적 보상에 대한 불만이 공존하는 지식인들의 왜곡된 분풀이 행위라 볼 수 있다. 건강한 가치관과 자존감이 반드시 안정된 재정 환경과 사회적 지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사례는 곳곳에 넘쳐난다.

반면 ‘역사는 고아들의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공자는 한 살 때 아버지를 잃어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고, 석가모니도 탄생 7일 만에 어머니 마야 부인을 잃었다. 마호메트 역시 유복자인 데다 이른 나이에 어머니마저 잃은 고아였다. 예수는 처음부터 아비 없는 자식이어서 마음고생을 했으리라는 설도 있다. ‘예수도 나사렛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익숙한 문구는 ‘유소년기의 유치한 흑역사를 목도한 이들에겐 권위가 안 통한다’는 평범한 진리와는 또 다른 성장기 상처의 에두른 표현일 수도 있다. 예수의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역시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역사 인물 중 25%가 10세 이전에 부모 중 한 사람을 잃었고, 20세 이전 편부모 슬하에서 자란 비율이 45%라고 한다. 역대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도 어린 시절에 부모 중 한쪽을 잃은 비율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다. 결손 가정이란 편견이 무색해진다.

미화된 위인전이 아닌 현실의 인물들을 알게 될수록, 살아가며 더 많은 사람들을 접할수록 ‘이상적 환경’이란 유토피아만큼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결핍은 역경을 극복하는 도전 정신을 선물하고, 어떤 결핍은 좋은 환경에서도 범죄자를 만든다. 부족함을 너무 몰라 민폐가 되는 이도 있다. 결핍은 문제와 동의어가 아니다. 오로지 문제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일 뿐이고, 나쁜 시선이 나쁜 결과를 만든다.

가족의 개념이 급변하고, 혼외 출생률이 50%를 넘는 나라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가 규정한 이상적 가족의 형태가 이상적 삶을 보장하지 않기에 변화는 필연적이다. 이성애 부모든 동성애 부모든, 미혼모든 비혼부든 혈연과 결혼·이혼 여부, 사회적 지위의 높낮이를 떠나 다양한 가정에 대한 열린 의식과 제도의 보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박선화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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