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향기가 난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소설의 첫 문장이다. ‘그’라는 존재에 대한 아무런 정보와 서술 없이도 느껴지는 내밀한 설렘. 왠지 그는 갓 씻고 나온 듯한 말간 얼굴에 깊은 눈을 가진, 조금은 호리호리한 청년일 것 같다. 두툼한 살집의 동네 아저씨나 청결 강박증세를 가진 청년일 수도 있으련만, ‘비누 향’이라는 작은 단서가 주는 암시가 제법 강력하다.    

신체와 관련된 감각적 판단은 다분히 원초적이며 보수적이다. 좋은 향기는 안전하며 나쁜 냄새는 위험하다. 썩었거나 부패한 것들이라 간주되기 때문이고, 질병이나 죽음의 예후와 가장 가까운 것이어서 그렇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정신적인 불편함이나 악을 설명하는 경우에도 ‘더럽다, 역겹다, 두드러기 날 것 같다’ 등의 물질적, 신체적 오염을 뜻하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역겹다거나 토할 것 같다는 말은 역한 냄새의 다른 표현인 동시에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기택네는 식구들이 모두 ‘백수’로 피자 박스 접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아들 기우(최우식)와 아빠 기택(송강호), 엄마 충숙(장혜진), 딸 기정(박소담·왼쪽부터)이 반지하집에 함께 있는 영화 중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청결치 못한 신체와 냄새에 대한 예민하고 불안한 심리는 오랫동안 악을 구축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하층민이나 경멸대상에게는 늘 비슷한 이미지가 사용된다. 어둡고 습한 곳, 냄새 나는 곳에 살고 있는 것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소탕할 수 있는 것들, 크기나 공격력에서 맹수나 인간에 비교할 바가 아닌 것들이다. 이 미물들에게 보이는 경멸과 불안감이 때로는 과도하고 호들갑스럽게도 느껴지지만, 실제적인 바이러스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미지란 강력한 것이다. 

아우슈비츠를 경험한 유태계 화학자이자 작가 프리모 레비는 증언한다. “나치는 유태인을 ‘독일인의 몸 안에 사는 더러운 기생충들’이라고 묘사하는 동시에, 화장실 출입을 못하게 했다. 이로 인해 독일인들은 수시로 길거리나 승강장에 쭈그려 앉은 유태인을 보게 되었고, 처음엔 동정하던 이들조차 우리를 역겨워하기 시작했다.”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의 부족 전쟁,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같은 민족절멸운동(제노사이드)에는 늘 “바퀴벌레”라는 묘사가 동반되었다. 조지 오웰 역시 계급을 나누는 데 있어서 역겨움이 차지하는 비밀스러운 역할을 한 문장으로 묘사한다면, “하층민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자 폴 블룸은 신체와 관련된 정치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몸에 대한 역겨움은 타인을 인간성을 결여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고, 불행과 괴로움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이는 잔인함과 비인간화를 촉발하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응당 받아야 할 고통으로 정당화하며, 심지어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한다.” 폴 블룸의 맥락으로 보자면, 특정 지역인들을 ‘홍어’라고 부르거나 세월호 희생자 시신을 어묵이라 조롱했던 행위 역시 그저 생각 없는 이들의 가벼운 언행이라고 볼 수 없다. 독한 냄새와 훼손된 신체에 대한 불쾌감과 두려움을 자극하여 차별의 정당성을 갖기 위한 어두운 심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혐오를 가진 사람들은 늘 신체나 정신의 상처를 희화한다.

영화 <기생충>에는 이러한 낯익은 배타성의 코드가 무수히 드러난다. 어느 때보다 직접적인 제목을 포함하여, 평소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퀴나 곱등이 같은 벌레들, 지하실, 어둡고 비위생적인 공간, 비좁고 음습한 틈, 격리 수용되는 하층민의 모습들. 그러나 영화는 ‘반지하의 냄새’를 넘어 ‘지하철 타는 사람들의 냄새’로의 확장을 통해 ‘반지하보다는 괜찮은 삶’이라고 안위하던 사람들마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며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배타성이 강한 사회는 타인에 대한 선 긋기를 넘어, 결국 자신의 삶도 부정하게 만들며 결핍과 자기 연민, 우울감을 만들어낸다.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욕망의 사다리 어디쯤에서 수시로 킁킁대며 나와 타인의 냄새를 확인해야 하는 세계는 황량할 수밖에 없다.

<박선화 마음탐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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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