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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벽두부터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온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10월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연초 한 방송을 통해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을 입양기관과 경찰이 수차례 방치한 일들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학대를 하면서도 입양가족의 일상을 담은 방송까지 출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가 난 누리꾼들은 인면수심 입양부모의 면면을 상세히 고발하기도 했다.

나는 5년 전 유사한 아동학대 사건이 데자뷔처럼 떠올라 더욱 가슴이 저몄다. 원영이 사건을 기억하는가? 2016년 2월, 7세 원영이도 부모의 극심한 학대로 사망했다. 살려달라는 외마디를 외면한 채 부모는 족발을 먹고 게임을 즐겼다. 계모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원영이를 팬티 바람으로 욕실에 가뒀고 매질하여 갈비뼈까지 부러뜨린 후, 청소용 락스를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심지어 부부는 시신을 열흘간 방치하다가 야산에 암매장하여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당시 2016년 4월 국내 한부모가정 단체에서는 기자회견 후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시위를 주도한 단체 대표는 “이러한 계획이 선량한 한부모가정과 재혼가정에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이혼부모에 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받지 않으면 이혼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이 이혼을 앞두고 있는 모든 예비 한부모가족을 폭력 가해자로 몰아가는 태도로 여겨져서다.

5년이 지나 정인이 사건을 두고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입양기관들은 벌써부터 입양신청 가족들이 입양을 취소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선량한 입양가족들은 주위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고 하소연한다. 평소 느림보 국회가 소위 ‘정인이법’은 단박에 만들어냈다. 가해자 형량 강화와 신상공개 등의 입법이다. 과연 새로운 ‘정인이법’은 앞으로 부모의 아동학대를 막고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원영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는 부처 합동으로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실시했다. 결혼 전부터 자녀 학령기까지 생애주기를 고려하여 부모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이다. 당시 언론은 획일적인 집합교육으로 진행되는 부모교육의 실효성을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주로 아동 및 청소년 발달이나 부모자녀 대화법 등의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교육에서도 부모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내용은 빠져 있다. 자신의 원가족부터 내려오는 상처 혹은 부부갈등으로 인해 결국 자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내면 역동을 발견하도록 돕는 심리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선 아동학대는 재혼가정이나 입양가족 혹은 양육환경이 열악한 취약가정에서만 일어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극도로 사악한 부모만이 자녀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부모나 자신이 어린 시절 크고 작은 폭력의 피해를 입은 경우, 자녀에게 폭력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집합식 부모교육에선 결코 다룰 수 없다.

나는 교육부 산하 전국학부모지원센터나 지역의 부모교육 실무자들과 만나 모든 부모에게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심리상담이 정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곤 했다. 나는 전국의 학부모지원센터에서 부모 자신의 상처를 먼저 돌아보게 하는 일대일 부모상담 프로그램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국내 부부가족 상담인력들이 각 지역에서 가정폭력 예방 분야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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