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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의 갈림길에 서있다. 세 가지가 겹쳐서 그렇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이했고, 사상 최고의 지지율 및 사상 최대의 슈퍼 여당과 함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집권 후반기를 열어나갈 것이다. 둘째, 21대 국회의 출범이다. 여당은 국회선진화법조차 쉽게 넘어설 수 있는 위험할 정도의 거대 여당이 되었고, 야당은 지리멸렬이다. 셋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개막이다. 코로나19는 게임체인저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지금까지 통용되었던 성장, 무역, 안보, 복지, 정치, 인간관계, 정부운용 원리, 민주주의의 전망까지 모두 리셋이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오늘의 선택은 향후 수십 년, 한 시대를 결정할 것이다.

지나간 시대의 게임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의 게임을 진취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과학 기반 복지국가’라 생각한다. 과학 기반 복지국가는 정부의 예산과 조직이 커지는 큰 정부가 아니라 과학기술에 입각해 정부의 기능이 커지는 나라다. 복지수급 대상은 개인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된다. 복지국가는 규모팽창을 최소화하면서 훨씬 효율적이고 유능해질 수 있다. 과학의 도움으로 복지국가는 스마트해질 수 있다.

제조업 기반 복지국가는 산업적으로는 제조업 팽창기의 산물이고, 역사적으로는 서구 역사의 산물이다. 산업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우리가 잘하기는 무척 어려운 종목이다. 그러나 제조업 기반 복지국가의 끝자리가 아니라 과학 기반 복지국가의 앞자리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학은 양궁이나 골프처럼 우리가 유난히 잘하는 종목이고, 코로나19는 그것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의료진을 비롯한 우리의 과학자들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훨씬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들을 압도하는 방역과 치료와 과학 기반 정책을 제공해주었다. 과학과 의료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인력확충, 생태계 조성과 전 국민 과학교육의 제고가 필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K방역, K외교처럼 앞에 K자를 붙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한 시대를 규정할 수 있는 기회이다.

복지국가가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투입된 재정이 회수되어야 한다. 제조업 기반 복지국가에서 그것은 주로 가족과 노동에 투자한 돈이 세금을 내는 경제활동인구를 만들어냄으로써 가능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세금을 내기까지 투자회수기간이 길게는 20년쯤 된다. 과학 기반 복지국가는 이보다 훨씬 짧은 회수기간을 만들 수 있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곧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혁신기업은 이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발판을 만들 수 있다. 복지지출이 곧 성장을 위한 투자가 된다. 우리의 낮은 출생률과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과학 기반 복지국가의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빅 브러더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전자감시사회의 방식이라 했지만 서구의 기준으로는 우리 방식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감시적 요소를 가진다. 과학 기반 복지국가에서도 빅 브러더가 등장할 수 없게 하는 안전장치(safeguard)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전망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는 더 이상 금과옥조가 아닐지도 모른다. 몇몇 나라에서 이미 실험 중인 것처럼 정보와 권력을 철저히 분산하는 블록체인 민주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안전장치를 찾아내지 못하면 이 길을 갈 수 없고, 그러면 다시 기회의 창은 닫힌다. 정치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정부조직도 달라져야 한다.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 과학기술부총리의 3부총리 체제로 만들고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솥발과 같이 안정적으로 서야 한다. 3부총리 체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전례가 있고, 이제는 교육부 장관이 아니라 복지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것이 시대변화에 걸맞다.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수호 기능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재정지출은 그것이 가져올 사회정책을 통한 파급효과의 손익계산을 거쳐야 하고, 과기정통부는 이 모든 것의 동력이 되는 과학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담보해야 한다. 

슈퍼 여당과 지리멸렬 야당이라는 구도의 21대 국회는 리셋되어야 한다. 여당의 독주와 야당의 결사항전, 그리고 정치의 퇴행은 이 대전환기에 우리 모두의 발목을 잡는다. 21대 국회의 경쟁은 과학 기반 복지국가로의 전환에 필요한 법률적·제도적 대안을 누가 얼마나 잘 만들어내느냐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문이 열리는 시점이다. 과학 기반 복지국가로 나아가자.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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