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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 6명이 당선되었을 때 필자는 ‘교육가치 경쟁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했다. 2010년 민선 교육감이 뽑히기 이전 우리 사회는 교육에 있어서 경쟁과 협동이라는 두 가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합의가 불가능해 보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쟁과 협동의 가치를 오가며 혼란스러웠다.

‘교육가치 경쟁시대’란 보수진영의 성적 중심 경쟁가치와 진보진영의 역량 중심 협동가치가 한 시대 안에서 시·도 교육청에 따라 경쟁을 하고 국민이 선거를 통해 결과를 평가하여 우리 교육의 중심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교육가치들의 경쟁을 경험하고 무엇이 진짜 좋은 교육인지 합의점을 찾아가리라 믿었다. 무상급식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보수진영은 반대하고 시장직을 건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가 아침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먼저 들고 나왔다. 국민이 선거로 선택하면 교육정책의 내용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교육가치경쟁시대 제2장이 열리는 시점에 서 있다. 1장에서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진보교육감들이 협동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무상급식, 혁신학교, 마을교육공동체, 학생주도 교육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때론 성공을 거두었지만 몇몇 정책은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방심하고 있던 진보교육감들에게 국민들은 단호한 심판을 내렸다. 보수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서울의 수성도 쉽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견제와 권력 교체를 선호한다. 권력은 오래되면 썩는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부분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내세웠던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교육정책의 한계점이다. 보수교육감들은 이주호 전 장관이 주장했던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라는 교육 담론에 아직 머물러 있다. 보수교육감들은 고교평준화 정책이나 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반대한다. 보수교육감들은 고교입시의 폐지나 시험의 축소를 통해 학교 간 경쟁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보수교육감들은 학업성취도 평가를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IB학교와 같이 경쟁 선발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입시에서는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를 선호한다.

보수 교육감이 추구하는 정책은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실패한 실험이다. 역대 어떤 정부에서도 이주호 전 장관처럼 한 사람이 정권 내내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펼친 적이 없었다. 이주호 전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에서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교육과학기술부 제 1차관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까지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이끌어 왔다. 교육 부문에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모든 것을 다해본 유일한 장관이다. 기록상 유은혜 장관이 최장수 장관이기는 하지만 내용상 최장수 장관은 이주호 전 장관이다.

 

지금 보수교육감이나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은 2013년으로 회기하는 것이다. 2013년의 교육적 한계는 이미 드러났고 박근혜 정권에서도 계승되지 못했다. 경쟁교육의 확대는 학생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치열한 입시교육은 부모의 경제 수준에 의해 좌우되는 경험을 우리는 했다. 정시 확대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와 고액 과외를 불러왔다. 이러한 문제의 반작용으로 국민들이 혁신교육에 환호했던 것이다. 보수 교육감과 보수 정권은 경쟁교육의 새로운 비전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의의 길로 나가는 길은 비틀거리면서 나아가는 것이지 직선으로 가는 길은 없다. 대한민국의 교육 발전도 좌우를 비틀거리며 정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 다른 교육가치가 부딪히면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어쩌면 합의점은 가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교육정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4년. 교육감들이 어떻게 교육을 이끌어 가는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교육은 신분상승의 욕구가 충돌하는 곳이다. 진보든 보수든 뼈를 깎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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