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회에서 행한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불체포특권도 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고, 회기 전에 체포·구금됐을 때에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될 수 있는 권리다. 소신껏 발언하고 표결하라는 면책특권은 그러나 때로는 방탄복으로 변질되고, 불체포특권은 제 식구 보호용 우산으로 전락한다. 이처럼 국회는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고 국회의원은 건드릴 수 없는 특권을 누린다. 그야말로 치외법권의 성역이다.

그런 곳에서 패스트트랙을 두고 물리적 폭력이 발생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불법적인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식물국회’에 더해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짐승국회’로 이름 붙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다. 여당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소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무더기 고발하면서 향후 정국의 흐름은 수사와 재판의 향방에 달려있게 되었다. 국회법 제165조와 제166조는 국회회의 방해금지를 규정하고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의 형선고가 가능한 법정형을 두고 있다. 2012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주도하여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첫 수사대상이 된 터라 검찰의 칼날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반발한 한국당은 여당 의원들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검찰이 마뜩잖게 생각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수사대상이어서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몸싸움 방지법이라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것인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처리보다는 정치적 타협을 주문하기도 한다. 고소·고발을 취하한다 해도 검찰 수사는 그대로 진행될 수 있지만 양측의 합의로 자신들이 만든 법을 무력화한다면 국회와 입법권에 대한 신뢰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 불법적인 사태가 벌어져도 정당 간 타협으로 유야무야되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면 국회의 성역화는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과 여야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니 국회의원의 국회 밖 막말도 도를 넘고 있다. 경쟁적 막말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편을 가르고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막말이 최고가 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과 4대강 보 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를 폭파하자는 선동적 발언 등은 막말의 극치다. 면책특권과 표현의 자유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면서 정당화하려 하지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한참 넘어섰다. 명백히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내뱉기도 한다. 한번만 확인해 보면 진위를 알 수 있는 가짜뉴스도 거리낌 없이 유포한다. 국민의 대변자라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와 품격은 간데없다. 이렇게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을 내뱉는 행태, 직무상 행하는 발언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발언 등등은 어떤 식으로든 규제되어야 한다. 물론 민주주의국가에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이들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문제제기와 비판도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 문제는 개인의 인격을 말살하는 등의 극단적 표현이나 차별·혐오 발언이다. 표현의 자유 뒤에서, 면책특권을 방패막이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 발언과 표현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이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으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침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내외에서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숱한 막말을 쏟아내는 것은 막말면허로 여기는 면책특권의 영향이다. 면책특권의 방탄복에 숨어서 막말을 해본 경험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있으니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면책특권은 민주주의가 덜 성숙되고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어 있던 독재시대에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에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구시대의 산물인 면책특권을 보장해 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회를 더 이상 성역으로 남겨두거나 국회의원에게 치외법권의 특전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 스스로 위법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회피하면 법치를 말할 자격은 없어진다. 민주주의가 가장 잘 작동해야 할 국회에 특혜와 성역이 존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반민주적이다. 불가침 성역을 허물어야 국회 안팎에서 책임 있고 품격 있는 언행이 발현되고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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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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