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에 따라다니는 단어가 ‘규제’다. 여기에 신산업·신기술 관련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도 더해진다. 규제와 갈등으로 선진국에 한참 뒤처졌다고 아우성이다. 핀테크, 공유경제, 바이오헬스, 블록체인, 빅데이터, AI 등 신산업발전에 규제 족쇄가 장애물이라는 주장이다. 규제 없는 나라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혁신 스타트업이나 규제 없는 목장에 방목했더니 쑥쑥 성장했다는 외국 공유경제를 예로 든다. 한국 기업은 첩첩산중의 규제 속에서 전전긍긍하다가 세계시장을 앞서갈 기회를 잃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국가비전을 선포하면서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산업을 ‘사람중심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는 글로벌 수준의 인허가 규제 합리화가 들어 있다. 안전관리 강화도 포함되어 있지만 규제개선의 기조는 규제완화다. 규제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가 그 예다. 

줄기세포 논문조작의 황우석 사태 이후에 촘촘해진 바이오산업의 규제를 풀어가겠다는 것으로 제약바이오 산업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악재가 연이어 터져 잔뜩 움츠러든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계획적 증거인멸이 그렇고,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 사기가 그렇다.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영승계를 위해 벌인 고의적 분식회계는 국민의 안전·생명과는 관계없다지만 수사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신뢰도는 추락하고 말았다. 가짜 성분이 포함된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작·은폐가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과학사기로 개발기업은 소액주주와 환자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을 얻었다.

그런데 ‘제2의 황우석 사태’나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바이오산업계는 규제강화를 걱정한다. 재발방지를 위한 규제일변도를 우려하면서 기업의 국내 신약 개발 의지가 꺾일 수 있다고 겁을 준다. 신성장 산업의 위축을 걱정하기도 한다. 혁신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규제완화다. 시장은 경쟁원리로 작동하는데 여기에 국가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관여하면 안된다는 논리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신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에 갇혀 기술발전이 뒤처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규제 장벽을 허물고 시장을 자유롭게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유니콘 기업도 나오고 혁신성장이 이루어져 새로운 먹거리산업들이 국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정부가 개발자의 편의를 맞춰주는 맞춤형 심사나 다른 의약품보다 먼저 인허가를 심사하는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 등의 신속처리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을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한다. 경제 활성화로 포장된 규제완화정책을 시행하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산업계는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을 요구하고 규제지체현상을 지적하기 전에 기업의 윤리경영과 인권경영을 말해야 한다.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고, 산업진흥보다 환자의 안전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윤리도덕이 밥 먹여 주냐고 비아냥거릴지 모르지만 규제완화와 기업의 비윤리적 경영이 겹쳐지면 어떤 불행이 닥칠지 모른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산업 분야에서는 과학과 경영에서의 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으로 ‘사람중심 혁신성장’을 실현하겠다는 정부정책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다’라고 읽어야 한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좌우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우 윤리경영과 신뢰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첨단·혁신’으로 포장해 하루빨리 시장에 내놓을 생각보다는 윤리경영, 인권 존중,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한다는 다짐이 우선이어야 한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인보사 사태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서 윤리의식의 실종을 드러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혈액 진단 키트로 상당수 질병을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다고 선언했던 미국 메디컬 생명공학기업 ‘테라노스’의 사기극과 몰락도 본보기다. 

규제의 유연화와 규제의 글로벌화를 말하기 전에 글로벌기업의 윤리경영부터 배우라. 그래야 경쟁력도 높아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될 것이다.

<하태훈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