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에서 한 시간쯤 버스를 타고 낮은 산 아래 이어진 에움길을 돌아가야 닿는 중학교는 평화로워 보였다. 전교생이 2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는 봄이면 벚꽃잎이 날리고, 여름이면 학교 뒷산을 아까시꽃이 하얗게 뒤덮는다고 했다. 학생들이 서둘러 교문을 빠져나간 늦은 오후 학교 숙직실에 모인 교사들은 커피를 마시며 학교가 참 예쁘다고 얘기하다 웃으며 말했다. 학교는 학생들만 없으면 정말 좋다고. 직장인들이 할 법한 말이라  한때 직장인이었던 나도 같이 웃었다. 

우연히 만난 이는 청춘을 교단에서 보낸 뒤 마흔 살 넘어 명예퇴직했다면서 아침마다 지옥에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학교를 그만둔 뒤로 한동안 그 학교 앞을 지나가는 것조차 싫어서 먼 길을 돌아갔어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작은 학교에서 만난 교사들이 떠올랐다. 학생 없는 학교, 꽃이 피고 지고 따뜻한 햇볕만 가득한 학교, 그들이 그저 웃자고 한 말만은 아닐 수도 있었다.

실제로 명예퇴직을 하는 교사의 수가 점점 늘고, 그들은 대개 교권이 추락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기 어려워 교단을 떠난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마치 서비스센터에 항의하는 고객처럼 군다는,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를 깨우면 들은 체도 않는다는, 학부모는 학원 수업이 늦게 끝나니 자게 놔두라고 한다는 교사들의 흔한 하소연을 생각하면 떠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교사도 떠나고 싶은 학교를 학생은 다니고 싶을까? 해마다 학교를 그만두는 학생 수가 3만여명, 학교 밖 청소년은 40여만명이나 된다. 그들은 대개 학교에 다니는 의미가 없어 그만둔다고 한다. 교사도 학생도 떠나고 싶은 학교를 걱정하는 이들은 많으니 접어두고.

나는 보람이 없어서, 의미가 없어서 학교 밖으로 나온 이들을 걱정하며, 그들이 함께 ‘탈학교 공동체’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보람과 의미를 찾으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나 한다.

<김해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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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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