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의 지명은 몇 년 전 개봉한 공포 영화의 제목과 같았다. 영화의 한자 표기는 ‘곡소리’라는 뜻이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그곳의 서름한 이름만으로 서늘함을 느꼈다. 영화에서 그곳은 강섶에 새파랗게 갈대가 뒤덮인 섬진강의 짙푸른 강물이, 건들바람에 넘실대는 들녘이, 밤이 여무는 산모롱이가 괴괴하여 무서웠다. 그래서 그곳 기차역 앞에 대관람차가 우뚝 서 있는 기차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그곳을 쇠락하는 을씨년스러운 시골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부탁으로 그곳에서 상경을 하는 중학생 셋을 마중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은 무섭게 진격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기세에 눌려 중2병의 위세가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낯선 중학생을 만나는 건 어려웠다. 어른이랍시고 하는 참견에 ‘뭣이 중하냐’고 하면 어쩌나 하는. 하지만 큰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의 얼굴이 무척 밝았다. 새벽에 출발해서 아침을 거른 거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3학년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일찍 일어나서 야무지게 콘플레이크 우유에 말아 먹고 왔어요.”

그 말 한마디로 우리는 낄낄 웃으며 스스럼없이 함께 출판단지를 구경했다. 아이들은 동네 노인들 얘기를 동화로 쓸 계획이라고 했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데, 3학년 아이가 함께해볼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해서 모이게 된 거라고. 그림 작가로 나중에 영입되었다는 1학년은 사실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도 잘 모른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니까 능력이 무한대라고 추임새를 넣은 2학년 아이는 여름 내내 할머니들을 만나서 들은 가슴 아픈 얘기를 해줬다. 아이들과 함께 온 어머니는 어떻게 그걸 동화로 쓰려는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의연했다. 

“우리 모임 이름이 청정원이거든요. 끝까지 가봐야지요.”

어른들의 목표는 잘하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함께 끝까지 가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청정원’이 써낼 그곳의 이야기는 분명 영화 속 그곳을 잊히게 할 것이다. 그런데 청정원은 무슨 뜻일까? ‘청’은 청소년이다. ‘정원’은 맞혀보시길.

<김해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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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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