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남쪽의 섬과 섬은 마치 바다 위에 놓인 징검다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엎어지면 닿을 만큼 가까운 섬이라도 옛날에는 배를 띄워 가야 했겠지만, 이제 섬과 섬 사이에는 길이 놓여 있다. 바다 위에서 떠오른 해가 다시 서산 먼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섬의 하루는 조용했다. 햇귀에 바다를 건너 뭍으로 나갔던 이들은 해거름에 소리 없이 돌아왔다. 바다를 바라보고 길게 늘어선 지붕 낮은 집들은 이른 저녁을 먹고 서둘러 집안 불을 모두 껐다. 담장 너머로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내뿜는 푸른빛만 어룽거렸다.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이 섬에서 저 섬으로 놓인 길을 걷는데, 자전거를 탄 여학생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나를 앞질렀다. 자전거는 저쪽 섬을 에둘러 돌아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다시 돌아와 이쪽 섬으로 내달렸다. 저녁 운동인 모양이었다. 이곳의 아이들은 이렇게 밤을 보내는구나. 수업이 끝나면 교문 밖에 기다리고 있는 학원 버스에 올라 한밤중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도시 아이들은 이런 밤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우리 애들 참 예쁘지요. 애들이 도시 애들하고는 좀 달라요.”

섬에 있는 중학교 선생님의 말에 지난밤 밤바다를 달리던 여학생이 떠올랐다. 그가 있는 학교는 전교생이 스물여섯 명, 올해 1학년이 13명이나 들어왔다면서 좋아하는 그는 내내 아이들 자랑이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말을 잘하는지, 저희들끼리 얼마나 잘 챙기는지 자식 자랑하는 엄마의 얼굴 그대로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걸 생각하면 걱정이 돼요. 세상이 우리 아이들한테 얼마나 혹독할지 아니까 마음이 아파요.”

줄곧 섬마을 학교를 옮겨 다니며 숱한 아이들을 도시로 내보낸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마도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 이토록 자신을 걱정해주는 어른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봐주는 이가 섬과 섬을 이으며 그곳에 있을 거라는 것.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들은 섬처럼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김해원 | 동화작가>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