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이가 태어났다. 아빠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을 지켜봤고, 열 달 동안 엄마와 아이를 이어줬던 탯줄을 잘랐다. 그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기쁨, 환희, 감동… 흔히 쓰는 낱말로는 가슴 언저리에서 꿈틀대다가 마침내 온몸을 뒤덮는 전율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기쁨으로 규정하기엔 울컥하는 슬픔을 담을 수 없고, 환희라고 단정 짓기엔 막연한 두려움을 품을 수 없었다. 

간호사는 카메라를 가져왔느냐, 영상은 안 찍느냐 물었지만, 아이 아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는 요즘 아빠들은 대개 한다는 탄생 이벤트만 준비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아빠로서 준비가 된 것일까? 결혼한 지 6년, 그는 종종 자신도 자신의 아버지처럼 아버지가 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렇지만, 막상 아이를 안고 보니 그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렸다. 아이를 보려고 몰려온 가족들 앞에서도 그는 낯선 손님을 맞는 신입사원처럼 어설펐다. 처음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되고, 처음 고모나 삼촌이 되는 이들은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그는 마음껏 기뻐하고, 감탄하는 그들 옆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뭐라고 인사해야 하지? 고생했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안아주면 좋을까?”

산모에게 어떻게 인사해야 하냐고 묻는 누이를 보자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그와 똑같이 처음 아이를 맞은 가족들 모두 처음 하는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아이 요람에 카메라를 달아 가족이 언제든 휴대폰으로 아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휴대폰으로 손주를 들여다보면서 웃는 부모님을 보며 생각했다고 한다. 그들처럼 자신도 제법 괜찮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모성애, 부성애라는 것은 환상일지 모른다. 아이를 낳는다고 아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두 천천히 엄마, 아빠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 노릇도 스스로 익히며 배워야 한다. 부모로서 절대로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운 탄생을 지켜보며 나를 돌아본다. 좋은 엄마가 돼 가고 있는 것일까?

<김해원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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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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