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양파가 오고 있다. 황토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드센 바닷바람을 꿋꿋하게 버티면서 속을 채운 무안 양파는 아삭아삭하고, 매콤하면서도 달다. 입맛 없을 때, 양파 하나 썰어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그늘에 잘 매달아두면 몇 달이 지나도 무르지 않는다. 늦봄에 받은 양파를 가을까지 너끈히 먹을 수 있다. 

무안에서 나고 자라 어릴 적 내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양파밭으로 달려가야 했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파란 바닷물처럼 일렁이는 초록빛 밭 풍경만 떠올렸다. 일이 있어 무안에 갔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양파밭이었다. 바닷가 양파밭의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마침 겨울이었다. 겨울 양파밭은 붉었다. 손가락 길이의 가느다란 이파리를 내민 양파는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그 이파리가 해풍에 맞서며 꼿꼿하게 서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는 동안 땅 밑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려니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날 양파밭은 허탕이었으나, 우연히 들어간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백반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무안을 다녀온 뒤로 무안 양파를 받을 적마다 붉은 밭과 푸른 바다와 음식 솜씨가 빼어난 식당을 떠올렸다. 그 무안 양파를 이제는 집에 앉아 받아먹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양파를 보내주던 친구의 아버지가 몇 해 전에 돌아가셨고, 연로한 어머니 혼자 양파 농사를 짓기는 어려우실 테니까. 친구는 주말마다 가서 일을 거들었지만, 몇 해나 버틸까 싶었다.

그런데 친구의 막내동생이 서울에서 내려가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반가웠다. 지금껏 악착같이 한 게 없어 형제들이 미더워하지 않았는데, 웬걸 동생은 토양에 맞는 좋은 품종을 고르고, 기계를 써서 비용을 낮추고, 직거래 통로를 만들었다 한다. 반년 새 양파 전문가가 된 동생은 동네 어르신들 농사도 돕는다고 했다. 동생은 겨울을 이겨낸 양파처럼 어려운 시기를 스스로 넘어선 것이다. 그 장한 초보 농민의 첫 수확물이 지금 오고 있다. 

며칠 전, 양파값이 폭락해서 출하가 늦어진 양파를 폐기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몸에 좋은 무안 양파를 꼭 챙겨 먹을 때다!

<김해원 |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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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