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나눔문화 사무처장. 이상훈 기자

‘봄의 전위’처럼 진달래가 피면 떠오르는 하나의 선언이 있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김예슬의 대학 거부 선언.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2010년 3월10일 아침,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이던 김예슬은 교정에 자퇴를 선언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1인 시위를 했다. 꾹꾹 눌러쓴 그 선언문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이 되살아난다.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는 20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은 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대학(大學) 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 

당시 그의 이야기가 각종 언론매체를 장식하자 이어진 격렬한 반응들. “이것은 내 이야기다” “글을 읽다 끝내 울어버렸다” “부끄럽고 고맙다”라는 공감 그리고 “명문대니까 주목받지” “저러다 정치하겠지”라는 냉소가 쏟아졌다. 그랬다. 우리 시대 고통과 모순의 급소를 찌른 것이다. 

김예슬을 처음 본 것은 2005년 ‘대학생나눔문화’에서였다. ‘청년은 지성과 행동의 두 발로 선다’는 모토 아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청년모임이었다. 고전을 읽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는 현장에 달려나가고, 여름이면 농촌에서 일손을 나누는 씩씩하고 진지한 청년들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김예슬들’의 편이 아니었다. “너 아직도 그런 거 하냐, 데모?” “너 하나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 그러나 다른 길을 찾기 위한 치열한 물음은 이어졌다. “대학, 국가, 시장으로부터 학습된 두려움은 다르게 사는 것에 대한 모든 상상력과 용기를 잠식해왔다. 생활 전반이 화폐화, 시장화되자 한 존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거의 사라져버렸다. 돈에 대한 완벽한 의존의 시대, 삶의 자율에 대한 완벽한 상실의 시대가 된 것이다.” 

그가 던진 이야기는 지금 더욱 새롭다. 국가의 ‘의무교육 시스템’이 멈추자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당혹스러운 요즘, 그의 글을 곱씹으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는 대학생활 내내 빼곡히 적어둔 고민을 모아 책 <김예슬 선언>을 펴냈다. 그 후, 강의와 인터뷰 요청, 정치권 등의 제안이 많았으나 책에 쓴 것처럼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가겠다”며 비영리사회단체 나눔문화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꾸는 꿈, ‘삶의 대학 하나 세우는 꿈’에 흐뭇한 기대가 피어오른다. “교과목은 다음과 같다. 발목이 시리도록 대지를 걷고 야생 자연을 탐험한다.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며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사는 법을 익힌다. 시를 낭송하고 손글씨를 쓰고 고전을 읽고 삶에 적용시켜 나간다. 호미와 삽을 들고 농사를 짓고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나눔농부가 된다. 봄싹이 트고 꽃이 피고 눈 내리는 날은 노래하고 춤추며 신나게 뛰어논다. 이런 빛나는 삶의 대학 하나 세워가는 꿈을 꾼다.” 

학교가 닫힌 요즘, 아이와 청년들이 이런 배움을 익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의 멋진 배움터에서 자유롭게 계절을 만끽하며 함께 웃을 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만의 길을 걷는 또 다른 ‘김예슬들’을 응원하며 기다려본다.

<임소희 | 나눔문화 이사장·도서출판 느린걸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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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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