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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6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도종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에 대해 몇몇 역사학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우려를 표명했고, 이는 기사화되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의 우려는 과거 도종환 후보자가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동북아특위)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면서 역사학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전력 때문이다.

2014년 4월 몇몇 유사역사학자를 위시한 ‘식민사학해체운동본부’라는 단체는 동북아역사재단이 7년여간 지원해온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사업을 비난하고 나섰다. 당시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동북아특위는 이들의 주장을 수용하여 동북아역사재단에 강한 압력을 가했다. 재단이 끝내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사업을 중단하게 된 데는 특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동북아역사지도 사업이 공격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낙랑군’을 한반도 서북부에 그렸다는 점 때문이다. 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영어권 국가에 한국 고대사 분야의 성과를 알리기 위해 지원해왔던 하버드대 ‘고대 한국 프로젝트’(EKP)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쳐 중단되었다. 하지만 낙랑군의 위치가 한반도의 서북부였다는 설은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된 역사학계의 통설이다. 통설에 따랐다는 이유로 사업이 무산되어버린 것이다. 동북아특위의 이러한 ‘막무가내’식 활동은 동북아역사재단뿐만 아니라 학계의 연구 성과를 대중화하려 했던 연구자들의 활동에도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한국사 연구자들이 일제 식민사학과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를 무작정 따른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인식인지에 대해서는 2016년 봄부터 학계의 소장 연구자들(‘젊은 역사학자 모임’)이 ‘역사비평’의 지면을 통해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역사학계의 원로 및 중견 학자들 역시 ‘한국 고대사 시민강좌’ 등을 통해 그릇된 주장에 대해 정식 대응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아특위의 활동과 그로 인해 폐지된 사업 문제는 누구 하나 뚜렷하게 책임지거나 복원 문제를 언급하지도 않은 채 박근혜 탄핵과 뒤이은 대선 정국에 묻혀서 유야무야돼버렸다. 최근의 모습을 보면 과거 동북아특위에서 활동했던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이를 자신들의 ‘업적’처럼 홍보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2016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한창 논쟁이 되었던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 박근혜와 정부,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역사관을 국민들에게 억지로 주입시키려고 한 데 있다. 그 과정에서 역사학자들은 ‘종북좌파’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매도되었다.

역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에 대한 불신 조장, 국가권력과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역사 획일화, 자기 입맛에 맞는 역사상 복원이라는 흐름은 아직까지 청산되지 못한 과제이다. 학계를 ‘식민사학’이라는 프레임으로 재단했던 과거 동북아특위의 행위는 국정교과서 추진 세력들이 저질렀던 ‘종북좌파’라는 낙인찍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국사 연구자들은 고대사 혹은 근현대사와 같은 전공시기의 구분 없이 모두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했고, 동북아특위의 무책임한 활동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비판해왔다. 쇼비니즘에 기반을 둔 일부 역사 저술가들의 주장이나 동북아특위의 활동은 결코 우리 사회의 ‘진보’와 동질시될 수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학문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다수의 역사 연구자들은 도종환 후보자의 역사관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지만, 장관직 선임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장관 인사라는 것이 역사학의 문제만으로 찬반을 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는 동시에 문재인 정권이 조속히 정상적인 내각을 꾸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사회의 힘으로 들어선 현 정권이 학계의 의견 수렴과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향후 역사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관직에 지명된 도종환 후보자는 본인이 견지해왔던 역사관에 대하여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전공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 바란다.

안정준 | 경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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