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람사르 협약(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를 개최하여, 전 세계에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호소한 바 있다. 그러고 난 뒤 우리나라의 습지 정책은 오히려 4대강 정비사업 등으로 ‘보전’보다 ‘훼손’하는 쪽으로 흘러왔다. 이런 와중에도 자연은 놀라운 회복력으로 사람들을 경이롭게 했다. 지난 20여년간 김포공항 외각에 항공기 소음 등의 문제로 버려둔 땅이 건강한 습지로 되살아 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조류충돌방지 등을 구실로 2004년부터 골프장을 건설하겠노라고 나섰지만, 그로부터 강산은 또 한 번 변했다.

지난해 말, 서울과 부천지역 시민단체와 학계가 함께한 ‘김포공항습지 시민조사단’은 골프장 예정 부지가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환경부와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종이 다양하게 출현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건강한 습지라고 발표했다.

장항습지는 4대강 중 하굿둑에 막혀 있지 않은 국내 유일의 자연하구 습지이다.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사이에 위치한 한강 하구 습지 중 고양시 쪽 습지만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출처 : 경향DB)


골프장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한국공항공사의 눈에 생명이 보일 리 없다. 대부분의 법정보호종을 누락한 부실 환경영향평가서(초안)를 들고 나온 것이다. 시민조사단의 지적에, 공사 쪽은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서 다시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골프장을 짓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속내가 들켜버린 뒤다.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 다양한 첨단 기술이 개발되었으니 알아서 찾아볼 일이다.

게다가 한국공항공사는 골프장 개발과 운영을 민간 사업자에게 떠넘기고, 20년간 토지 임대료만 받다가 시설물과 운영권을 무상으로 회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월 중순에 서울 강서구와 부천시에서 주민공청회가 열린다. 애초부터 땅 장사가 목적이었다면, 주민들은 피 땀 흘려 일군 논밭을 국가에 헐값으로 내놓았을 리 없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도시계획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 이참에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귀한 습지를 훼손하는 것은 서울시 정책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이해, 서울시가 변화한 시민들의 요구를 잘 헤아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김동언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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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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