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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인센티브 폐기를 발표하면서 ‘클린디젤’ 정책을 포기했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디젤, 즉 경유는 한 번도 ‘클린’인 적이 없었음에도 일부 자동차 업체가 경유차 판매 목적으로 ‘클린디젤’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2000년대 초 국내에선 경유차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원래 싼타페 등 8인승 이하 소형 경유승용차는 2002년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되면 생산이 중단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싼타페는 승용차에서 다목적차로 재분류돼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됐고, 일부 차종은 조건부로 생산이 재개되는 등 규제가 무력화됐다. 이후 경유차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이유로 친환경차로 분류돼 각종 혜택을 받았고, 이후 유럽산 경유차도 물밀듯 들어오면서 경유차 점유율이 급속히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경유차는 다시 철퇴를 맞았다. 경유차는 경유의 물리적 특성과 엔진의 작동원리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휘발유(가솔린)와 비교하면 경유는 휘발성이 낮아 인화점이 높은 반면 발화점은 낮다. 이에 따라 디젤엔진은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해 연소실 내부를 고온 조건으로 만들고, 이때 엔진 내부로 경유를 분사하면 스스로 경유가 연소해 폭발하는 압축착화 방식을 채택했다. 고온·고압에서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나는 디젤엔진은 팽창비가 높아 점화플러그를 사용하는 가솔린엔진보다 대개 열효율이 좋다. 그러나 디젤엔진은 경유를 엔진 내부로 직접 분사하기에 완전연소를 위한 공기와 경유의 혼합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디젤엔진은 구조적으로 불완전연소의 가능성이 크며, 특히 고부하 및 급가속 운전 때는 연료가 과잉으로 엔진에 공급되면서 불완전연소가 쉽게 일어난다. 이때는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소위 매연이라 부르는 흑연이 발생한다. 이 흑연은 유기탄소로 불리는 초미세먼지이며,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입자를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한 경유차에서는 질소산화물도 다량 배출된다. 경유 자체에는 질소 성분이 거의 없지만, 고온·고압에서 작동되는 디젤엔진 내부에서는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질소산화물이 생성되기 쉬운 탓이다. 반면 휘발유차와 LPG차는 이러한 고온 질소산화물의 생성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질소산화물 배출이 낮은 편이다. 질소산화물은 가장 골치 아픈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다. 자체적으로도 독성이 있으며 산성비를 유발하고, 인체에 해로운 지표면 오존의 원인물질이다. 또한 미세먼지와 연관된 스모그의 원인으로도 알려졌으며, 간접 온실가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동차 업계에선 디젤엔진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매연과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를 개발해 장착했고, 이로 인해 신형 경유차의 오염물질 배출이 점차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불량한 식자재에 인공 감미료를 넣어 억지로 음식 맛이 나게 하는 것과 같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BMW 화재 사건 등을 보면, 경유차가 얼마나 대기오염 측면에서 관리하기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경유차와 관련해 20년 전으로의 정책 회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때 경유차 규제가 엄격하게 시행됐다면 아마 지금쯤 우리나라가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서 세계를 선도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김승도 |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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