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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함께 탈탄소 에너지 전환이 화두인 시대에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핵융합발전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들릴 법하다. 핵융합발전 관련 뉴스가 국내 언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도 오래고, 많은 일반인들은 핵융합발전이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그런가?

지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이루려면 연료 온도를 2억도까지 올려야 한다. 이러한 초고온에서 연료는 완전히 이온화되어 핵융합 반응을 발생시키는 ‘연소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현재 연소 플라즈마의 통제는 여전히 과학적 난제이다.

핵융합 연료인 삼중수소를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하게 얻을 수 있음을 보이려면 핵융합로 내 자급을 위해 삼중수소를 생산·회수·저장·공급하는 연료주기 기술의 개발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업(2025~2040년 운전 예정)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 ITER 운영 성과에 기반해 연간 몇 시간이라도 부분적이나마 전력 생산을 시도해 볼 핵융합 실증로(DEMO) 운전 개시를 유럽연합은 빨라야 2050년대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20~30년의 연구·개발 기간을 고려한다면 DEMO에 기반하는 핵융합발전 상용로 1호기는 2070~2080년대 중에도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핵융합계는 2050년대에 대용량 전기 생산을 위한 핵융합발전 국내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TER류의 핵융합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본의 시설이다. 2018년 핵융합 지지 입장의 한 연구논문은 전기출력 1.6GW 전력 생산 핵융합로의 건설비용으로 약 9조원, 균등화 발전비용은 kWh당 약 180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건설비용과 균등화 발전비용 측면에서 기존의 어떠한 발전원들(석탄·가스·원자력·재생에너지)보다 이미 비싸다. 즉 미래의 핵융합발전이 기존의 타 발전원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력망 계통 안정성 차원에서 대용량의 핵융합발전은 미래의 국내 전력망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력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맞추기 위해 잦은 출력 감발(출력을 낮춤) 운전이 필요한데, 핵융합발전은 이에 적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관점에서 원자력발전에 비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핵융합발전의 이점은 핵연료로 사용하는 다량의 삼중수소 자체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라는 사실과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중성자에 의해 방사화되는 구조재료들 등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대량 발생으로 인해 상쇄될 수 있다.

핵융합 분야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규모는 2019년 1568억원이며, 2016~2019년 4년간 연평균 4.3% 증가했다. 2020년 11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으로 승격됐다. 관련 인력 증가와 예산의 증액이 예상된다.

향후 40~50년 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위해 매년 15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지출한다는 것은 예산낭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재정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핵융합 관련 연구 예산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강정민 |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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