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도중 북한군이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심사에서 국가보훈처가 전상(戰傷)군경이 아닌 공상(公傷)군경으로 판정해 논란이 뜨겁다.

보훈처는 과거 유사한 지뢰 폭발 사고 사례와 국가유공자법령상의 심의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하 예비역 중사의 경우 ‘전투 또는 이와 관련된 행위 중 상이’가 아닌 ‘경계·수색·매복·정찰활동·첩보활동 등의 직무수행 중 상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느슨한 안보관 탓에 빚어진 결정이라며 정략적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방부의 전공상(戰公傷) 심사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군인사법 시행령은 ‘적(敵)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戰傷者)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국가보훈처가 국가유공자 등록심사에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 이와 같은 규정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 일이다. 

‘국방부의 순직심사와 그에 따른 국가유공자 등록 과정’에서도 정부기관 간의 결정이 서로 다른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군대 내 자살이 그렇다. 최근 국방부에서는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재조사를 통해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가 순직 판정을 내리고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선양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가보훈처에서는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여부에 대한 독자적 판단권이 보훈심사위원회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매우 인색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의 심사는 국가유공자 제도나 보훈보상대상자 제도와 구별된다. 하지만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점, 보훈심사위원회에 무제한의 자유재량이 인정되는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보안성, 밀행성, 폐쇄성이 강한 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군대 내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국방부 스스로 시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민원사항에 대한 자체 재조사를 통해 죽은 이의 사망원인과 군 공무수행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위원회에서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정을 했다는 것은 매우 신빙성 있는 결과이며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물론 균형감 있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객관적인 보훈심사 기준 마련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는 “규정에 없으니 불가능하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 법적 안정성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법령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그 제정 목적에 따라 탄력적이고도 균형감 있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행정입법의 보완을 통해서라도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하 예비역 중사 사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할 게 아니라, 핵심적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입법 지원 활동을 하는 데 힘써야 한다. 여기에 전문가 집단의 지혜까지 더해 보편타당한 보훈심사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진진화 | 예비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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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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