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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모차르트>가 객석을 가득 채운 채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관객들이 입장과 퇴장, 중간 휴식시간에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모차르트>는 아무 탈 없이 잘 공연되고 있다.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으로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극장을 포함해 국공립 문화시설이 다시 무기한 문을 닫았다. 극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이 언제 다시 열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부의 결정만 기다릴 뿐이다. 이러다간 올 한 해 예정된 거의 모든 공연 프로그램과 전시행사, 박물관 특별전들이 모두 취소되거나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치러야 할 판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공연 분야 매출액은 총 8232억원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하반기에도 공연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 그 피해액은 최소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각종 대형 전시행사, 박물관 특별전, 도서관 행사에 여러 문화예술 축제까지 더하면 올해 문화예술계의 피해액은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과 안전을 위해 국공립 문화예술 시설을 선제적으로 폐쇄하는 정부의 조치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공연과 전시가 방역과 안전에 우선할 수는 없다. 다만 공연장을 포함해 문화 기반시설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 없이 일률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공공자산 운영에 있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국공립 공연장은 그 어느 장소보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 방문자 자동 확인을 위해 QR코드 설치, 발열 체크, 좌석 띄우기, 마스크 쓰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화장실 사용 및 입·퇴장 방법들을 꼼꼼하게 준비하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은 더 안전하다. 공연장처럼 관객들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객들이 전시관에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사전예약과 시간대별 관람 제한을 제안하고 있다. 서로 떠들 일이 거의 없는 도서관도 열람실 거리 두기, 이용자 시간대별 제한 조치를 통해 그 어느 공공시설보다 아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극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은 식당보다, 커피숍보다, 지하철보다, 유흥주점보다 안전하다. 충분한 안전장치가 준비된 공공문화시설을 전격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오히려 일상생활 안에서 사람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방역과 안전이 우선인 보건의료 정책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에도 문화예술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현장의 이해 없이 공공 문화기반시설을 일방적으로 휴관하라는 것은 지혜로운 행정 미덕이 아닌 것 같다. 혹여 정부 관료들이 예술은 필수가 아니라 소수를 위한 선택 사항이고, 위기의 사태에 예술인 지원은 창작이 아니라 구제이며, 극장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해 극도로 우울해진 우리 사회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동적인 공연이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책과 그림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한 차원 높은 ‘K방역’이자 센스 있는 ‘감성 행정’이지 않을까? 그러니 극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을 열어라.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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