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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을 바꿀 때가 왔다. 세계 40여개국에서 기념하고 있는 식목일은 이집트의 1월15일부터 말라위의 12월 두 번째 월요일까지 각 나라의 지리적 위치와 기후에 따라 다양하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었을 때 나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시기, 즉 나무의 뿌리는 자라기 시작하였으나 잎이 나오지 않는 때가 적당하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수탈로 황폐해진 산림을 녹화하기 위해 중부지방에 나무 심기가 적합한 4월5일을 1946년 식목일로 지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물론 전 지구의 기후가 바뀌고 있다.

우리 국토 면적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의 빈발로 인한 산사태 증가, 겨울철 고온건조일수의 증가로 인한 산불피해 대형화, 고산지역 구상나무의 집단 고사 등 산림은 몸살을 앓고 있다. 변화하는 기후여건에 적합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나무 심기 또한 심화되는 기후위기의 영향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10여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식목일이 지정됐던 1940년대와 비교해 2010년대의 3월 평균기온은 약 2.3도 상승하였다. 이는 나무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봄이 약 10일 앞당겨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산림청은 2010년부터 나무 심기 시작 시기를 3월1일에서 2월21일로 앞당겼으나, 식목일 날짜만큼은 70여년이 넘도록 그대로이다.

한국은 향후 30년간 30억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제 나무 심기는 황폐화된 민둥산을 푸르게 변화시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 위기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모든 사람들이 이 위기를 인식하고, 나무 심기를 통해 다 함께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식목일을 바꿀 때가 왔다.

김현석 서울대 교수·한국농림기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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