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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막말은 지위의 높고 낮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터져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고양시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일부 참가자가 고양시를 망쳤다고 여러 차례 항의하자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네”라며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했다. 또 15일에는 이문수 경기북부경찰청장이 탈모로 삭발한 직원에게 “왜 빡빡이로 밀었어? 혐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최근 기무사 문건으로 확인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경 간부들의 ‘세월호는 목돈 벌 좋은 기회’라는 폭언과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식의 저질 막말은 모멸감과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촛불정권의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총선에 뛰어든다며 사표를 던진 청와대 전 참모들의 말도 공허하기만 하다. 나는 이들 모두에게 “차라리 그 입을 다물라”고 외치고 싶다.

함석헌 선생은 ‘언어평화론’에서 언어는 사상과 철학을 전달하는 도구로 보았고, 언어에는 폭력성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언어의 폭력성이란 자신의 체험이 녹아들지 않은 발언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나 횡포로 비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언어폭력 또한 이 같은 원인이 크다.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며,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라 등 말에 얽힌 교훈은 사상과 철학이 담긴 언어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만들어지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초등 4학년부터 고교 2학년 학생 약 13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집단따돌림(19.5%)과 신체 폭행(7.7%)을 넘어서 언어폭력(39.0%)이 학교폭력의 최우위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의 어린 학생들마저 언어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총선이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은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를 고민하고,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줄 국회 일꾼을 뽑는 시간이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기회는 평등의 가면을 쓴 불평등이었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와는 거리가 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사회였다. 계급으로 견고하게 굳어버린 사회를 용광로에 부어, 처음부터 국가의 틀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정당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하고, 총선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정당의 공약이 그들의 입에서만 맴돌고, 왜 유권자의 가슴으로는 파고들지 못하는 공허함만 주는 것인가?

함석헌 선생이 속삭이는 것 같다. “서로 소통하려거든 자기중심적 언어를 버리세요. 내 언어를 버림으로써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말만 고집하면, 소통이 아니라, 상대방을 수동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죠. 서로가 주체적 언어를 사용할 때 평화적 관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언어평화론의 핵심이다. 진실한 사유를 통한, 실증적 경험의 언어가 사람들 사이의 언어에도, 정당의 선거공약에도 녹아들길 기대한다.

<엄치용 |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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