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당정치는 후진적이다. 정당들의 원칙 없는 이합집산, 정치인들의 잦은 탈당과 복당, 주기적인 당명교체는 고질적인 병폐이다. 선거만 지면 반복되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태의연하다. 특히 정당의 무책임함은 최악이다. 대통령선거 때는 당선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대통령의 임기 말 지지도가 점점 떨어지면 탈당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인기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쁠 경우에는 집권당 의원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선다. 대통령과 우리는 전혀 다른 정치세력이니, 다시 표를 달라고 구걸한다. 유권자가 바보인가?

정권창출에 실패하면 슬그머니 친정에 복당해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놓고 계파 간에 지지고 볶기를 반복한다. 왜 탈당과 복당을 했는지 국민을 설득할 만한 어떠한 대의명분도, 논리적 근거도 없다. 수적 우위만 중요하다. 복당파와 잔류파가 치고받고 싸우며 유력 정치인들의 복당을 화제 삼는 자유한국당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과거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치열한 당내 갈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수차례의 탈당과 창당을 반복하며 만든 정당이 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책임 있는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간판을 유지하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도이다. 알량하게 책임을 회피하려 당의 간판을 바꾸고,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나서 세탁을 열심히 하며 유권자들의 매서운 시선을 피하고자 하는 것은 스스로 명분이 없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3당 대표의 화려했던 과거 당적은 어떻던가? 탈당이나 당적 변경이 다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권력의 양지만 쫓아다니며 정파를 막론하고, 항상 여당의 당적만 유지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이러한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을 배워 젊은 정치신인들조차도 이당 저당 기웃거리길 예사로 한다.

기회주의적 행태가 정당을 망친다. 정당 지도자들이 당 변경을 쉽게 하는데, 국민과 당원들이 그 정당에 애정과 지지를 지속적으로 보낼 리 만무하다. 기회주의자들이 계속 승리하는 구조에서는 탈당과 복당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바꾸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후진성은 나아질 수 없다. 무분별한 당적 변경이 예사인 배경에는 승리지상주의, 원칙 없는 공천, 당권파의 반대파에 대한 숙청, 탈당을 불사해도 당선되는 선례, 집권당 해바라기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유권자 뜻과 무관한 공천으로 벌어지는 사례는 논점을 달리하니 일단 논외로 하자. 탈당을 변명하려면 최소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후보자들은 정당 입당과 탈당 이력을 표기하고, 이를 소명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범죄이력도 공개하고, 소명 기회를 주니 법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여 법개정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기회주의적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정치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기록으로 남겨야 책임추궁이 가능해진다. 명분 있는 당적 변경이었다면, 떳떳하게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퇴출 여부는 국민이 정한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헌법학>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