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22일 경기 김포시 건설현장에서 한 사람이 7.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8일간 뇌사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그해 9월8일 끝내 사망했다. 그의 이름은 ‘딴저테이’, 미얀마 출신 미등록체류자였다. 

사망 당시 25세였던 이 청년은 2013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고, 2018년 3월 체류기간 만료 후에도 귀국하지 않아 미등록체류자 신분이 됐다. 사고 당일 건설현장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그는 미등록체류자를 단속하던 법무부 단속반원에게 쫓겨 도주하다 7.5m 아래 ‘101동 외벽 지하주차장 흙막이 구역’으로 추락해 의식을 잃었다. 딴저테이의 아버지는 사고소식을 듣고 한국에 들어왔고, 아들의 장기를 한국인 4명에게 기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딴저테이 사망사건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지난 2월13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 당시 단속반원들은 주거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식당으로 난입했고,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며 수갑을 채웠다. 미등록체류자 여부를 확인하거나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도 준수하지 않고 일단 수갑부터 채우고 바닥에 앉게 한 뒤에야 신원을 확인했다. 단속된 외국인들은 버스에서 대기하면서 긴급보호서와 미란다원칙 고지 확인서에 서명할 때에도 수갑을 차고 있어야 했다. 출입국관리소까지 이동하는 6시간 동안도 수갑에 묶여 있어야 했다.

현장의 단속반원 전원은 딴저테이가 추락한 사실을 알았지만 119구조대에 신고한 것 외에 어떠한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다. 사진을 채증하거나 단속을 계속하였을 뿐, 피해자의 추락 지점으로 내려가거나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에게 △관계자 징계 △인명사고 예방과 인명구조를 우선으로 하는 세부 단속지침 마련 △유사한 인권침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미등록체류자 단속과정에서 발생되는 사실상의 체포 및 연행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가 형사사법 절차에 준하여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여전히 토끼몰이식, 폭력적 단속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관계자 징계도,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재발방지 대책도 없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단속과정에서 미등록체류자 9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했다. 토끼몰이, 강압적 방식에 의한 단속으로 매년 이주노동자가 추락하여 숨지거나 다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지만 책임지는 사람도, 대책도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미등록체류자 단속에 대해서도 영장주의를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강제퇴거를 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고, 프랑스와 캐나다에서도 형사소송법의 일반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등록체류자이기 전에 생명과 신체의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미등록체류자를 수갑을 채워 추방해야 할, 적법절차는 깡그리 무시해도 좋은 ‘단속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으로 자본은 이윤을 얻고, 국가는 세금을 걷지만 이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부끄러운 조국,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후보자 가족과 신변을 둘러싼 언론보도가 연일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인사청문회에서 꼭 듣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딴저테이의 죽음에 대해 정중한 애도를 듣고 싶다.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했다(하겠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토끼몰이식 단속과 차별 대신에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고, 이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굳은 다짐과 약속을 듣고 싶다. 더 이상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는 그 말을 꼭 듣고 싶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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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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