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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투 운동으로 수많은 ‘권력’이 아우팅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힘깨나 쓰게 되면, 자제력 결함을 더불어 장착하게 되는 것일까? 매일 몇 건씩 터지는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이런 위험한 생각이 절로 든다.

힘 있는 남성을 고발하는 여성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은 분노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무력감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이 무력감을 자체적으로 해소하기는 힘든 것 같다. 그것은 내면에 침착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몸집을 부풀리다가, 결국 거대한 분노로 분출된다. 특히 집단 무력감의 경우 예외 없이 그랬던 것 같다.

지난달 27일 추위가 물러가자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등산객들이 인왕산을 오르고 있다. 이상훈 기자

미투 운동의 여파는 한 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매일 다른 지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까지 흥행한 <1987>이라는 영화는 독재 앞에 무력했던 시민들이 어떻게 폭발하게 됐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파급력 있는 사회적 무력감이라는 씨앗을 ‘미세먼지센터 창립식’이라는 의외의 장소에서 발견했다. 적절히 해결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터질 활화산의 단초를 미리 해결하자는 바람으로 이를 공개한다.

‘미세먼지센터’는 환경재단이 미세먼지 해결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미세먼지 전문 비영리센터이다. 지난 2월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었으며, 400여명이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날 기념 심포지엄에서는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이 ‘미세먼지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 그는 미세먼지에 관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민과 걱정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해냈다.

그의 분석 결과는 이러하다. 2013년 이후 증가된 공기에 대한 관심은 그 지속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또한 관련 키워드(먼지, 미세먼지, 하늘, 환경, 수치 등)의 개수와 순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미세먼지에 대한 담론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린 자녀와 직결되어 있었고, 부모는 자식을 어떻게 보호할지 몰라 방황한다. 결혼, 취업,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N포세대의 경우 이 모든 포기의 원인 중 하나로 미세먼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관해서는 중국, 공장과 같은 외부적 요소의 비중을 현저히 높게 보고 있었다. 이로 인해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심리는 강화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무능하다 여기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느슨하다고 하니 파란불을 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외 활동 모두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그 대처는 소극적인 방책밖에 없다. 한마디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 주목할 것은 국민감정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는 무섭고 힘들고 아프다. 몸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프다. 2013년에 비해 2017년,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우울증의 언급이 22배나 증가하였다. 2015년 삼성서울병원 김도관 교수 연구팀은 1주일을 기준으로 부유 먼지(PM10)가 37.82㎍/㎥ 늘어날 때마다 국내 전체 자살률이 3.2%씩 늘어난다는 조사를 발표한 바 있는데, 빅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민과 관련한 언급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 앞에서 사람들은 무력감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으로 우리 내면에 침착되어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무력한 상태로 견디고 기다릴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옆 나라 중국에서 강력한 정책으로 공기질이 변하고 있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언제까지 자구책으로 마스크에 의존하고, 더 비싼 제품을 사들이며, 공기질을 알려주는 앱만 들여다볼 수는 없다.

올봄 우리가 어떤 질의 숨을 쉬게 될지에 따라 커다란 파장이 예고된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이 어쩔 수 없으니 참고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고 터질 것은 터진다. 정부는 미투 운동을 교훈 삼아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의 무력감이 확대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지현영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사무국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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