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해상에 있는 하시마라는 섬은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도 불린다. 이 섬은 강제노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숨긴 채 2015년 7월 일본의 23개 근대산업시설 중 하나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다. 군함도 강제노역의 생존자 한국인 4명은 1997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만 패소한다. 이분들은 2005년 한국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와 2018년 대법원에서 마침내 원고승소 확정판결을 받는다. 보상 원천인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을 빌미 삼은 일본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과의 경제전쟁을 선포한다.

1970년 12월7일, 브란트 서독 총리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숨진 바르샤바 전쟁 희생자 위령비 앞에 무릎을 꿇는다. 2013년 8월20일, 메르켈 총리는 나치 강제수용소를 방문해 나치 잔혹 범죄에 관한 독일의 책임이 절대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2019년 8월1일, 독일 외무장관 하이코는 바르샤바 봉기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독일인의 이름으로 저지른 만행에 대해 폴란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 독일의 역사 참회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1993년 8월4일, 일본 관방장관 고노는 일본군 성노예의 강제성 및 일본 정부 관여를 인정한 담화를 발표한다. 1995년 8월15일, 총리 무라야마는 일본의 전쟁 범죄 인정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다. 2005년 7월15일. 총리 고이즈미는 무라야마 담화를 재확인, 계승 의지를 밝힌다. 2012년 아베 총리 취임과 동시에 “침략의 정의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정한다. 2018년 10월18일, 일본 여야 국회의원 70여명은 전쟁 주범의 혼령을 모아 둔 야스쿠니신사에 머리를 조아린다. 역사를 부정한 채 전쟁이 가능한 나라, 새로운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1운동 경축사에서 친일 척결과 독립운동 예우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 했다. 전쟁 후 프랑스는 과거의 잘못을 처벌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지적한 알베르 카뮈와 민족반역자 척결을 내세운 샤를 드골 대통령을 등에 업고, 나치에 부역한 이들을 모조리 단죄함으로써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백범 김구 선생에 비해 국내 정치기반이 약한 이승만이 권력의 핵심에 친일세력을 끌어들임으로써,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올바른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친일 척결은 현재진행형이 되어야 한다.

부끄러운 역사지만 친일파의 후손은 경제계, 사법계, 학계 전 영역에 걸쳐 대한민국의 뼈대를 구축하고 있다. 항일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자손들의 삶은 어떠한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속설이 반영된 실제 삶을 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의 랴오닝, 지린 및 헤이룽장성 등에는 아직도 수많은 항일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살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서울시가 올해 광복절을 맞아 물질적으로 미약한 지원이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로,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 및 지원강화 계획’을 발표한 것은 작은 위로가 된다. 

잘못이 바로잡히지 않고, 아픔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역사는 오류와 상처를 반복할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단순한 궤도를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미국민중사를 쓴 하워드 진은 인디언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역사의 영웅에서 끌어내렸다. 기득권의 반발은 진실 앞에서 무너졌다. 다음의 광복절에는 한 단계 나아간 친일 척결과 조국의 광복을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치셨던 그 후손들의 행복과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역사 바로 보기가 실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엄치용 | 코넬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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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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