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7년8개월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녹은 핵연료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만 불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원전 6기 중 1기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를 지상으로 내리고, 부지 내의 사고 잔해물 부분 철거로 수습작업을 위한 방사능 수준을 낮춘 점 등의 개선은 있었지만, 원자로 내의 상황은 여전하다. 향후 30년에 걸쳐 녹은 핵연료 일부만 꺼내고, 나머지는 체르노빌처럼 ‘석관방식’으로 방사능의 자연감퇴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말 현재, 저장탱크 약 900기가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약 108만t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핵연료의 붕괴열 냉각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증설부지의 한계로 오염수를 희석하여 바다로 방출하는 계획도 주변 지역 어민 등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은 원전의 중대사고가 해외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또다시 국내 원전의 안전신화를 내세우며 현 정권의 탈핵방침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안전신화에 대한 믿음은 과학기술적 근거가 없는 단순한 맹신일 뿐이다.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고 싶은 자기최면에 빠져 남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기본적 자세조차 망각하고 있는 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원전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국내 원전의 안전성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높다고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동해를 끼고 있는 고리원전과 일본의 최신형 원전인 시마네3호기를 비교해보자. 고리원전 부지의 경우 최고해수위가 17m임에도, 그에 턱없이 모자란 10m 해안방벽을 설치했다. 시마네3호기는 15m다. 또 전원 상실에 대비하는 비상용 발전차도 일본은 원전 1기당 2대인 데 비해 월성원전은 4기에 겨우 1대다. 일본이라면 월성원전은 부지별 1대를 포함해서 총 9대를 갖추어야 한다. 특히 월성원전의 1대는 겨우 원전 1기의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정도로, 복수원전의 동시 사고에는 대응할 수도 없다. 사고 발생에 대비한 부지 내의 긴급 대책소, 그리고 여과배기시설(월성1호기만 건설) 등의 주요 설비 도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원전의 안전 강화 비용의 부담 때문에 ‘16기의 폐로’가 결정되어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로 4기를 더 폐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내 원전 25기의 안전대책비용은 일본의 1기보다 적으며, 게다가 아직 절반 비용 정도의 투입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추진파(핵마피아)들은 안전신화에 파묻힌 채 탈핵방침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심지어 탈핵방침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 및 해외 수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적반하장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경쟁자였던 프랑스 및 일본보다 안전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60년간의 보증’과 ‘건설비 융자 및 낮은 가격’ 때문이라는 국제적 평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전 수명기간의 품질보증이라는 비상식적인 조건은 원전의 기술적 한계조차 무시한 것으로, 향후의 손실 발생은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핵공학 전공 교수가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은 300년 내에 없어진다”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펼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사고 원자로 내의 초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조차 못한 핵공학 전공들 때문에 피난이 지체돼 주민들이 불필요한 피폭을 당한 사실을 새삼 떠올린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핵마피아의 안전신화에 맡길 시간적 여유도 없는 만큼, 현 정권은 원자력시설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핵마피아의 궤변이 난무하는 상황을 보면서, 국내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 시기가 점점 임박해지는 것 같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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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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