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범이 교도소 안에서 30년도 더 전에 저질렀던 사건들을 이제야 자백하였다는 사실은, ‘사람이 과연 변하는가?’라는 구태의연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훨씬 전에 죄책감을 느꼈다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 텐데 그가 그러지 않은 것에 비춰 현재의 자백이 정말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교화의 목표인 개과천선(改過遷善)의 사전적 뜻은 지난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행동거지를 크게 고쳐 착한 심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춘재의 자백이 그동안 교정본부에서 해 온 교화정책의 성과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최근 법무부에서는 수형자의 교화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범죄자들을 위한 심리치료과가 교정본부의 정규 조직으로 신설되었다. 흉악범죄가 이렇게 많이 일어나고, 아무리 장기형을 선고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지역공동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특정 범죄자들의 교화에 집중하는 전문부서를 이제야 설치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심리치료과가 생기기 이전에도 법무부에서는 마약류 중독사범이나 정신질환 범죄자, 그리고 성범죄자에 대한 교화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은 수용기간 동안의 안정적 생활에 충분히 기여했다. 그러나 심리치료만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기에 일부 프로그램들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위탁되어 운영되기도 하고 단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내부 직원들이 치료프로그램을 임의적으로 집행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고도의 전문가들에 의해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수년간 일관성 있게 운영하고 죄질의 개선을 재범률로 평가하는 소위 증거기반치료(evidence-based treatment)와는 거리가 멀었다.

교환교수 시절, 그리고 그 이후 여러 번 미국의 연방교정시설 심리치료 부서의 전문인력들과 교류를 한 적이 있다. 이들은 그 분야의 박사급 인력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심리치료를 집행하는 데 있어서만 전문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교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나아가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전문성을 발휘했다. 이들은 다양하고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한다. 전문인력의 임무는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 법무부 소속 전문가들은 매년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형자가 출소하여 지역공동체 내에서 다시 재범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확인한다. 짧게는 출소 후 1년, 길게는 30년까지 추적연구를 수행한다. 어떤 치료프로그램이 재범률 저감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유형의 범죄자에게 치료효과가 가장 적은지 출소 후 실제 재범 여부를 추적하여 매번 보고서를 남긴다.     

그 결과 학계에서는 단순한 약물의 투약보다는 개인의 범죄력에 근거를 둔 인지행동치료가 재범률 저감에 가장 효과적이란 사실을 검증했다. 결국 교정업무의 성패는 국고 투입 대비 효과성으로 귀결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성과는 납세자들의 안전일 것이다.

이렇게 수형자들에 대한 교정업무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전문가의 배치나 예산은 물론 전문적인 심리치료 수행 역시 절실하다. 하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이다. 즉 행형의 철학, 바로 이것이 바뀌지 않으면 심리치료는 헛일이다. 응보주의보다는 치료와 선도가 교정행정의 중심이 되지 않고서는 재범률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심리치료기법의 발굴은 불가능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안과 산하에 있는 심리치료의 업무를 완전히 분리하여 심리치료과가 일선 교도소에서 교화업무를 전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범률에 대한 검증 역시 꼭 수행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과연 교정교화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검증하여 보고하는 일은 기본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명 없는 집행, 집행만 하고 결과에 대한 검증 없는 정책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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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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