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의 83%는 농산어촌이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65세 이상 어르신 비율은 농가 45%, 어가 36%, 임가 42%로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14%)보다 3배 정도 높다. 생활 서비스는 물론 의료, 복지, 교육 등 사회서비스도 도시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복지수요는 지역별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런 고민에서 사회적경제가 출발했다. 취약계층의 고용, 돌봄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경제적 활동이 사회적경제다.

충북 산골의 한 사회적기업은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목공, 도예, 제과·제빵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간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을 뿐 아니라 지역 내 교육공동체로도 발전했다. 

그동안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던 강원도의 오지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나섰다. ‘100원 택시’로 잘 알려진 정부의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을 도입했다. 귀촌한 여성이 운전을 맡고 노약자가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 편의를 제공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전국에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산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채종원이 있다. 그런데 인근 주민들의 무분별한 임산물 채취가 문제였다. 이에 마을 주민들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와 공동으로 채종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참여하는 주민들에게는 임산물 채취 권한을 주어 부수적인 소득도 올릴 수 있다. 이처럼 현재 농산어촌에는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경제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와 연계한 농산어촌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산촌에서 주민 공동체를 발굴해 산림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루매니저’와 농업을 중심으로 복지·교육 서비스의 지역자원을 연계할 ‘거점농장’ 등 자율적인 공동체 활동을 장려한다. 또 사회적경제 기업의 창업에 필요한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 유휴시설의 리모델링도 지원한다. 지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시설이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사업 구상 단계부터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농촌 신활력플러스’ ‘어촌 뉴딜 300’ 등 지역개발사업도 열어뒀다.

농협·수협·산림조합과 같은 전통적인 사회적경제 기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에게는 오랜 기간 농림어업인과 공동으로 신용·경제사업을 해 온 경험과 자산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소규모 농사를 짓는 고령자들의 소량 생산 농산물 판매코너를 마련하거나 복지센터를 세워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들이 농촌에서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사람 중심이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만든 호세 마리아 신부는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농산어촌도 사회적경제를 통해 사람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따뜻한 사회적경제가 더 깊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부 역시 최선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다.

<이재욱 |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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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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