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에 비해 수확이 적더라도 자투리땅이라도 있으면 농작물을 심으려는 게 농업인의 마음이다. 하지만 애써 키운 농작물을 팔 곳이 없을 때는 막막하기 그지없다. 우리 농촌을 살펴보면 농가의 70%가 경지면적 1㏊ 미만이고, 연간 농축산물 판매액이 500만원 미만인 농가가 절반(53.7%)을 넘는다고 하니, 이들 영세소농의 판로 확보를 통한 농가 간 소득양극화 해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중소 농업인의 소득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던 중, 지난 4월 농가 탐방 때 만난 원주의 한 농업인이 “하우스 600평에서 소량다품종 생산을 하면 과거에는 팔 곳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로컬푸드 직매장 덕분에 1년에 며칠을 제외하고 매일 통장에 돈이 들어와 행복하게 농사짓는다”며 만족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로컬푸드가 소득양극화를 해소할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량다품종 생산 중소 농업인에게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장거리 이동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우선 생산자인 농업인이 행복하다. 정성껏 기른 농작물의 양이 적어도, 조금 못생겨도 신선하고 맛있으면 직매장에서는 잘 팔린다. 그만큼 소득도 늘어나고 가격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존감과 성취감도 높다.

소비자는 매일 갓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농식품신유통연구원에 따르면 로컬푸드 직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약 66%가 월 5~10회 정기적으로 구입하고 로컬푸드의 신선함과 안전성, 저렴한 가격을 매력으로 꼽았다고 한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산물 구매로 농업·농촌에 도움을 주고, 지역 내 소비로 푸드마일리지가 감축되어 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40년의 로컬푸드 역사를 가진 일본은 2016년 기준으로 2만3440개의 직매장이 있고 판매액이 1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로컬푸드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단순한 직매장을 넘어 농가레스토랑, 가공공장, 체험공간 등이 결합된 6차 산업화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농협은 2012년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서 첫 직매장을 개설한 이후 로컬푸드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200개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3만7000여농가가 농가당 연평균 83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약 3000억원의 소득 증대를 이룬 것이다.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 구매비용을 연간 640억원 절감하고, 매장당 1.8명씩 360개의 지역일자리도 창출했다. 근래에는 농촌농협 조합원이 인근 도시농협 직매장에 출하하는 도농상생형이나 지자체와 협력해 문화공간 등을 결합한 복합센터, 은행 내부에 운영하는 숍인숍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올해 당초 100개를 신설하려던 목표를 2배인 200개로 확대하고 중앙회와 농축협이 4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로컬푸드는 단순한 농산물 판매장이 아니라 유통단계 축소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고 정(情)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이다. 로컬푸드 활성화로 농촌과 도시가 더욱 가까워지고, 5000만 국민이 농업·농촌의 가치를 공유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김병원 | 농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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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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