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018년부터 차별어 순화 정책을 적극 시행하여 큰 사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이런 언어 정책을 앞장서 이끄는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공공언어 개선을 지시했을 정도다. 서울시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10월8일에는 이화여대 국어문화원과 함께 차별어를 없애기 위한 학술대회를 열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글운동단체와 각 기관에서 문제제기한 용어를 중심으로 찾아낸 차별어를 서울시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9건을 발표했다. 모두 9개의 어휘에 지나지 않지만 사실 이 어휘들에 얽힌 우리 삶의 무게는 천근만근의 의미를 담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차별어 9개 어휘는 장애인 차별어로 ‘정상인(일반인)’을 ‘비장애인’으로, 가족 차별어인 ‘결손가족’을 ‘한부모가족, 조손가족’으로, ‘편부, 편모’는 ‘한부모’로, 이웃 차별어로 ‘불우 이웃’을 ‘어려운 이웃’으로, ‘조선족’은 ‘중국 동포’로 순화했다. 여성 차별어인 ‘미망인’은 ‘고 ○○○(씨)의 부인’으로 ‘내조/외조’는 ‘(배우자의) 도움’으로, ‘녹색 어머니회’는 ‘녹색 학부모회’로, ‘유모차’는 ‘유아차, 아기차’로 순화어를 제시했다. 사실 일부 순화어는 서울시가 처음 제시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민간 운동단체 중심으로 주장해 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차별어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순화어 안내 없이 그대로 실려 있을 정도로 자리 잡지 못했다.

이날 학술대회의 핵심 쟁점은 과연 이렇게 말을 바꾼다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는가였다. 장애인 관련 시설물 설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각종 반대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매우 심한 편이고 사회적 제도, 장치 등도 선진국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상인’이란 말의 개선 운동과 더불어 장애인 정책 개선 운동을 펼쳐야 할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들 차별어는 대개 약자를 괴롭히고 공동체 분열을 조장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앞서 차별어 개선 정책을 펴는 것은 소통 대왕 세종이 태어나 소통 문자를 반포한 도시로서의 품격을 한껏 살리고 실천하는 일이다.

물론 차별어를 없앤다고 해서 차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차별어가 사라지지 않고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실체적 진실이다. 언어 운동과 정책이 쉽고도 어려운 점이 바로 그런 언어 속성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언어 변혁 운동이야말로 의식과 삶을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요 지렛대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순화어를 어떻게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리게 할 것인가이다. 그 대안으로 정책기관과 시민단체, 운동단체가 함께 만나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의 노력을 융합하여 문제제기와 대안 확산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김슬옹 |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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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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