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 교수는 지난 7월24일자 경향신문에 ‘석원정 소장의 반박에 대한 재반론-“다시 살펴봐도 다문화 가정폭력 통계엔 오류가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앞서 7월11일 설 교수의 ‘다문화가족 가정폭력, 인권위의 엉터리 통계’에 대한 나의 반론 기고문에 대한 설 교수의 재반론문이다. 나는 결혼이주여성의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국가인권위의 조사 방식이 엉터리였다는 그의 최초 기고문과 이후 재반론문의 문제점에 대해 재반박하고자 한다. 

재반론문에서 설 교수는 “질문 문항과 선택지가 아예 다른 경우 비교를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바로 그것이다. 설 교수 자신도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방식, 즉 서로 다른 문항과 선택지로 조사된 보고서의 피해율을 단순 비교 후, 그에 터잡아 인권위의 다문화가정폭력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게 나를 포함한 이주인권 활동가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맨 처음 기고문에서 설 교수는 “그 조사가 엉터리라면, 조사결과가 ‘피해자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해 다문화가족 구성원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불쌍한 사람들’로 여기는 고정관념을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결혼이주여성의 폭력피해 상황은 과장된 것이고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핵심적 주장이다. 하지만 조사연구 설계 시 목적과 조사대상의 특성에 따라 비확률표본 방식 또는 확률표본 방식 중 적절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조사결과는 각각 나름의 특징과 의미가 있다. 따라서 조사방법론과 피해율을 놓고 논쟁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핵심은 실제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폭력피해가 현재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오래된 인권과제다. 게다가 가정폭력 피해는 증가하는 추세다. 보고 사례를 보면 폭력의 양상은 물론 가해자도 남편만이 아닌 시가 식구 등 다양하다. 사망에 이른 피해자도 적지 않다.

또 많은 이주여성들이 체류자격에 발목이 잡혀 가정폭력을 견디거나 숨기려 한다. 심지어 자신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출신 한 이주여성은 남편이 식칼을 들고 와 식탁에 꽂아놓고 겁을 주는 일이 빈번하자 견디지 못하고 양육비도 포기한 채 이혼한 후 딸을 데리고 나와 살고 있다. 그럼에도 결혼생활 파탄의 원인을 물으면 “문화 차이”라고 답한다. 현실이 이렇기에 현장의 이주인권 활동가들은 가정폭력 관련 통계수치가 현실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수치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가정폭력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폭력이 계속 발생하는 원인과 배경에 대해 주목하고 올바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아동에 대한 참혹한 폭력행위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주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이 시점은,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을 근절할 대책을 세울 좋은 기회다. 이미 작년 기준 15만9000명에 달하는 결혼이주여성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언제까지 비문명적인 가정폭력에 이들을 방치하면서, 통계방법론만 논하고 있을 것인가?

<석원정 |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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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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