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쿡방’ ‘먹방’과 같은 먹거리 프로그램들이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식생활에 대한 높아진 관심 속에 덩달아 뜨거워진 사안이 있다.

잊을 만하면 수면 위에 오르고 있는 쇠고기 근내지방, ‘마블링’ 얘기다. ‘눈꽃’이라 부르며 근육 속에 고루 퍼져 있는 지방의 높은 분포비율에 환호하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로 극찬을 했던 마블링. 요즘은 어떠한가.

마블링을 ‘포화지방의 결정체’ ‘콜레스테롤 덩어리’로 치부하며 ‘성인병 발생의 온상’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 원인을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제라 꼬집으며 등급판정 기준을 도마에 올려놓고 있다. 게다가 호주 등 축산 선진국의 청정우 이미지와 한우 근내지방을 비교하며 축산물 소비문화에 대한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앞서 의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다. 과연 다른 나라는 근내지방이 높은 쇠고기를 좋지 않은 쇠고기로 인식하고 있을까? 국내 최고 등급인 1++등급 쇠고기 등심의 지방함량은 19%이다. 그렇다면 호주는 어떨까? 호주의 등급체계는 1~9등급까지 총 9단계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높은 등급인 9등급은 지방함량이 21%로 오히려 한국의 1++등급보다 높다.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의면의 한 한우농가에서 소들이 안개분무기에서 나오는 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청주의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해 폭염경보가 발효됐다._연합뉴스


또한 우리와 비슷한 등급체계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1~5등급 중 최고인 5등급의 지방함량은 31.7%(부위에 따라 44.9%까지 보이기도 한다)에 이른다. 즉, 우리나라만 근내지방을 기준으로 잘못된 등급을 부여한다는 비판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2009년 9월18일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다. 횡성한우의 캐나다 수출을 위해 ‘캐나다우육수출협회 연례 마케팅 세미나’에서 횡성한우(1++등급)와 캐나다 쇠고기(Prime, AAA, AA, A등급)의 비교 시식회를 진행한 것이다.

대표적인 육류소비 시장에서 벌어진 행사에서 횡성한우는 미각과 더불어 시각적 품질 판단에서도 캐나다 최고급육과 비교해 최고 평가를 받았다. 맛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다만 캐나다와 같이 육류 섭취량이 많은 나라에서는 지방함량에 따라 일상생활과 특별한 날로 구분해 즐기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10.3㎏으로 하루 평균 28g 정도이다(2014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 농림축산식품부). 이 소비량을 모두 1++ 한우 등심으로 먹더라도 총 지방 섭취량은 5.3g에 불과해 1일 지방 공급량인 79.6g(2012 식품수급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6.7%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쇠고기 소비량의 큰 차이는 외면한 채 마치 쇠고기가 불량식품인 것마냥 비판하는 목소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마블링 중심의 등급체계 개편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한 냉철한 판단도 필요하다.

등급판정 기준은 그야말로 기준이다. 즉, 길이를 재는 ㎝나 무게를 재는 ㎏과 같이 하나의 척도로서 마련됐다. 일부 이익집단이 그들의 가치를 투입해 마련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을 가치판단의 잣대를 두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쇠고기등급제이고, 등급판정 기준이다. 사회의 기조가 변화한다고 해서 기준이 바뀌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허영|축산물품질평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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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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