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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합의를 하면서 꺼낸 말이다. 사실 2002년 단일화 과정에서도 2012년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늘 디테일이 문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즉,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 없애라는 의미다. 본래는 서양 속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외교관이나 정치인들이 자기 편의대로 즐겨 쓰는 말이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이 같은 비유적 표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출발점은 이랬다. 공무원들이 낸 연금 보험료 적립금이 이미 2001년에 고갈돼 공무원연금이 세금으로 지탱되고 있고, 쏟아붓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했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큰 제목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

첫째, 연금 수령 기준을 20년 가입에서 10년으로 줄였다. 이것이 과연 세금을 줄이는 방향에 부합하는가? 오히려 연금 수혜자를 엄청나게 늘려놓은 셈이다. 둘째, 20년에 걸쳐 지급률을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조항은 향후 20년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도 세금을 줄이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얘기다. 아쉬운 점은 청와대가 국민연금만을 가장 크게 문제 삼고 다른 독소조항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크기로 보면, 20년 동안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항목이 더 나쁘고 20년 가입에서 10년 가입으로 연금 수혜자를 무책임하게 늘려놓은 항목은 최악이다.

시간이 갈수록 디테일에 숨어 있던 악마들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다시 논의하는 게 맞다. 공무원연금에는 일부 군 경력을 재직기간에 합쳐 연금이 산정되는 불합리도 존재하고 휴직기간을 연금 산정 시 재직기간에 합산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다.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오른쪽)과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강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공무원연금 등을 부부가 함께 수령할 경우, 배우자 중 한 명은 퇴직 시 일시불로 받게 하는 것이 옳다. 부부 교사가 퇴직해 각각 300만원씩 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월 소득이 600만원이다. 사실 이런 부분이 국민정서의 핵심이다. 고액연봉자의 제한도 개혁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한다. 월 연금 수령액은 300만원을 초과해서는 곤란하다. 초과분은 일시금으로 강제지급하고 연금 상한액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월 438만원 이상 수령자가 전국에 수두룩하다. 심지어 월 700만원 연금 수령자도 있다. 노인이 돼서까지 소득불균형을 세금지원으로 왜곡해, 위화감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국회가 눈에 보이는 숫자와 유권자의 표에만 급급해 실제로 개선해야 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못하고 일률적인 계수 조정에만 그쳤다고 본다. 언젠가 파탄 날 것이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포퓰리즘 연금으로 기성세대가 야합해 후손들에게 빚을 남겨주는 것은 의롭지 못하다. 역시 개혁 대상의 1순위는 연금이 아니고 디테일 갖고 장난치는 고위 공직자와 정치권이 아닌가 싶다.


홍창의 | 가톨릭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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