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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매서운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한강이 연일 꽁꽁 얼어붙었다. 2010년 12월 말부터 2011년 1월 말까지 한반도에 밀려든 북극의 강력 한파로 약 40일간 남한의 평균기온이 영하에 머물렀던 때와 무척 흡사하다. 지난 우면산의 악몽이 떠오른다. 올여름 집중호우라도 발생하면 예년과 달리 토사 관련 재해가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 직감된다. 2011년 여름에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당시 기록적인 긴 장마와 집중호우, 화강암류인 북한산 등과 달리 풍화에 약한 편마암류로서 토심이 깊은 지질구조, 산꼭대기 부근 시설물 설치에 따른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비롯된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토록 끔찍한 사고의 전조였으며 사전에 위험성을 경고한 또 다른 주요 원인에 대해선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경기도 화성 전곡항에서 주민들이 한파로 어죽은 숭어를 얼음을 깨고 건져내고 있다. 우철훈 기자

한강과 임진강의 하구에서 오랜 기간 조사를 벌인 필자는 하천 관리에서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이상 기후변화에 따른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바로 그 즈음에 한강 하구 주변의 자유로 제방과 교각 하부에 있던 흙더미가 무너져내려 큰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그때 한강 하구에서는 우면산에서와 같은 심각한 집중호우나 수위 상승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시기에 한강 하구의 흙더미가 유실된 데 대한 원인을 조사한 결과, 2011년 초의 강력 한파와 연관성이 깊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겨울철이 되면 보통 땅이 언다. 문제는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올해와 같이 강력 한파가 한동안 지속되면 우면산과 같이 토심이 깊은 곳이나 자유로와 같이 강 주변을 흙으로 쌓아 올린 강둑은 깊숙한 땅속까지 얼어 부풀어 오른다. 추위가 극심할수록, 한파가 지속될수록 동결토심(凍結土深)이 깊어졌다가 해빙기에는 전부 녹아 흩트러진다. 이런 상태에서 여름철 집중호우를 만나면 깊은 땅속 부분까지 쉽게 씻겨 내리는, 토사재해에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궁극적으로 겨울철 강력 한파의 영향은 토사재해의 잠재적 위험성을 잉태한 채 여름철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강 하구와 같은 경우는 평상시 수위가 자유로운 이른바 자유수면(自由水面)이던 강물이 강력 한파 때는 수면 전체가 결빙해 마치 밀물 때 큰 압력을 받는 수도관과 같은 형태로 바뀐다. 이로 말미암아 밀물이 시작되면 결빙층 아래에서는 얼음이 부서질 때까지 일시적으로 압력이 평상시보다 크게 높아져 제방과 교각의 밑둥치 흙을 세게 깎아내린다. 조석간만의 차가 커 물살이 빠른 이곳은 부서진 큰 유빙이 교각부와 제방에 충돌해 2차 피해를 더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철 큰 홍수가 발생하면 보통과 다른 피해를 겪을 수도 있다.

여름철 토사재해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강력 한파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강력 한파의 영향이 미칠 산지나 하천에서 올 여름철 토사관련 재앙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비무환 자세로 관계기관에서는 안전진단과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삼희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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